[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청와대의 '비선실세' 의혹을 받는 최순실 씨가 보유한 파일에 군출신 명단이 거론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군내부에서는 최순실씨가 '군내부 인사까지 개입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JTBC에 공개된 최순실씨의 파일에는 2013년 1월 3일 작성된 '역대 경호처장 현황' 제목으로 출신별 평가와 후보군이 거론됐다. 역대 경호실장은 군, 경찰, 경호처 등 출신이 대부분이다. 파일에는 단점을 적시한 경찰이나 경호처의 평가와 달리, 군출신은 충성심이 있고 정치적이지 않으며 군과 협조가 원활하다고 명시했다. 후보군으로 박승훈(예비역 해병 준장), 이문석(전 군참모장), 박승춘(보훈처장), 박종준(전 경찰청 차장) 등도 거론했다.
청와대는 문건이 작성된 한달 후에는 장관급으로 격상된 경호실장으로 군 출신인 박흥렬 전 육군참모총장을 내정했다. 박흥렬 경호실장은 국방부장관에 이어 국가안보실장을 역임한 김장수 주중대사와도 인연이 깊다. 박 실장은 김 주중대사가 육참총장을 맡았을 때 육군 참모차장을, 김 주중대사가 국방부 장관을 할 때는 육참총장을 맡아 호흡을 맞춰 왔다. 대통령과 소수의 참모가 정해야 할 청와대 인사가 민간인 최씨 의향대로 ‘군출신 줄세우기’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후보군에 거론된 박승춘 국가보훈처장도 눈에 띈다. 재직기간 내내 논란을 일으켰던 박 처장은 육사 27기 출신이다.
박 처장은 취임하자마자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찬양하고 반유신 민주화 운동을 종북 활동으로 폄하한 DVD 동영상을 배포해 물의를 빚었다. 또 같은 해 8월 감사원 감사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의 경호실장이었던 안현태씨를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하는 과정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2014년 국정감사에서는 '서면보고 대신 구두보고'를 고집하다 회의를 중단시키는 한편, 국회 정무위원장실에서 탁자를 내리치고 고함을 질러 물의를 일으켰다. 하지만 2011년 이명박 정부에 임명돼 5년 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현정부 최장수 기관장으로 자리를 유지하고 있어 비선실세의 역할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편, 군 당국은 최순실 씨가 받아봤다는 서류에 지난 2012년 북한과 세 차례 비밀 군사접촉이 있었다고 언급된 것과 관련해 "2012년 12월께 북한과 세 차례 (군사) 접촉이 있었던 것은 맞다"고 말했다.
최순실 씨는 2012년 12월 28일 박근혜 당선인과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독대에 앞서 만든 사전 시나리오를 행사시간 4시간 전에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공개된 시나리오 중 '현안말씀' 부분에는 "지금 남북 간에 어떤 접촉이 있었는지"라는 박 대통령의 예상 질문과 함께 '최근 군이 북한 국방위와 3차례 비밀접촉이 있었다고 함'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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