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11일 국립극장서 첫 선 "전쟁 속 희망 이야기할 것"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외부인이 본 판소리는 어떤 모습일까. 아시아 대표 연출가이자 싱가포르예술축제의 예술감독인 옹켕센(53) 연출가가 24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한국의 판소리와 창극 본연의 모습을 현대적으로 펼쳐 보이겠다"고 했다. 그는 국립창극단이 내달 선보이는 신작 '트로이의 여인들'의 연출을 맡았다.
그리스 비극 '트로이의 여인들'은 에우리피데스가 '트로이 전쟁 3부작'의 마지막으로 쓴 작품으로, 기원전 415년 그리스 아테네에서 발표한 희곡이다. 기원전 1350년에서 1100년 사이에 일어난 것으로 추정되는 트로이 전쟁 관련 신화와 전설을 기반으로 한다. 여기에 옹켕센은 창극의 본령인 판소리를 접목해 새로운 작품으로 탄생시켰다.
그는 "1998년 한국을 첫 방문했을 때, 안숙선 선생님이 춘향을 연기하는 공연을 보고 언젠가 꼭 창극 작품을 연출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며 "이번 기회에 한국 예술가들과 협업할 수 있어서 영광"이라고 했다. 이번 작품은 판소리의 거장 안숙선 명창(67)이 작창을 맡고, 배삼식 작가(46)가 에우리피데스의 '트로이의 여인들'과 장 폴 사르트르가 개작한 동명작품을 바탕으로 극본을 썼다.
옹켕센은 앞서 '리어(1997)', '리처드 3세(2016)' 등의 작품에서도 경극과 가부키 등 아시아의 전통예술을 소재로 동시대와 소통할 수 있는 작품을 선보였다. 이번 '트로이의 여인들'에서도 "단순히 과거의 유산을 따라가는 여정이 아니라 오늘날 창극과 판소리가 가지고 있는 본연의 모습을 찾는 것에 목표를 뒀다"고 했다.
그는 "숙소 근처에 일본대사관과 위안부 소녀상이 있다. 이런 점에서 전쟁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여인들의 이야기는 한국에서 더 특별한 의미가 있을 것"이라며 "이 작품은 전쟁과 전쟁 중의 여인들이 어떻게 분투하고 살아남는지를 그리고 있지만, 절망이 아니라 희망을 이야기한다"고 강조했다.
국립극장과 싱가포르예술축제가 공동 제작한 '트로이의 여인들'은 11월11일 국립극장 달오름 무대에서 첫 선을 보이고, 2017년에는 싱가포르예술축제에서 공연될 예정이다.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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