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전북 현대에서 100m 달리기는 내가 제일 빠르다." 공격수 로페즈 페레이라(26)의 말이다. 전북에는 레오나르도(30), 한교원(26) 등 빠른 선수들이 많다.
하지만 로페즈는 자신한다. "확실히 내가 더 빠르다. 100m 기록을 따로 재어 보진 않았지만 11초쯤 된다. 시즌이 끝나면 돈을 걸고 승부를 가리겠다."
로페즈는 올 시즌 빠른 돌파력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최강희 전북 감독(57)은 "본인의 장점을 잘 살린다. 수비 가담도 좋다"고 했다. 다른 팀 감독들도 탐낸다. 윤정환 울산 감독(43)은 "파워가 넘치고 개인기가 뛰어나다. 로페즈가 없다면 전북은 약해질 것"이라고 했다.
시즌 초반에는 기대하기 어려웠던 모습이다. 로페즈는 개막을 앞둔 1월 7일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이적했다. 적응할 시간이 절실했다. 그는 "제주에서는 왼쪽에서 맡았지만 전북에서 오른쪽을 요구했다. 팀 색깔과 전술에 나를 맞출 시간이 필요했다"고 했다. 최 감독도 "능력이 충분한 선수인데 팀의 압박 전술에서 거리 조절에 애를 먹었다. 심리적으로도 불안해 보였다"고 했다.
최 감독은 "급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안정을 되찾은 로페즈는 경기장에서 이동국(37) 등 공격수들과 대화를 많이 했다. 밖에서는 같은 브라질 출신 레오나르도에게 도움을 받았다. 자신감을 회복하면서 기량은 몰라보게 달라졌다. 로페즈는 "내 장단점을 빨리 파악한 것이 그라운드에서 활약으로 이어진 듯하다. 속도를 높이는데 초점을 두고 동료들과 호흡을 맞췄다"고 했다.
로페즈는 K리그 최우수선수(MVP) 후보로 손색이 없다. 정규리그 서른 경기에서 열 골, 여섯 도움 등으로 선전했다. 팀이 우승컵을 들어 올린다면 충분히 노려볼만 하다. 득점 선두 정조국(16골)이 소속된 광주FC와 도움 선두 염기훈(12개)이 있는 수원 삼성이 모두 하위 스플릿에 있다는 점도 로페즈에게 호재다.
전북은 15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제주와 하는 정규리그 34라운드 홈경기를 시작으로 스플릿라운드 다섯 경기를 한다. 개막 후 18승15무를 기록해 프로축구 사상 첫 무패우승에 관심이 쏠린다. 로페즈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까.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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