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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철도노조의 소탐대실, 국민은 외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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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철도노조의 소탐대실, 국민은 외면한다 이상근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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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신화통신에 실린 자리민 베이징교통대학 교수의 발언이 눈길을 끌었다. 그는 홍콩 2016 창과박람회에서 "승객용은 최고 500㎞, 화물용은 최고 250㎞로 운행 가능한 차세대 고속철을 고안 중"이라고 말했다. 동북아의 고속철 후발주자였던 중국은 벌써 전 세계 고속철도망의 60%를 차지하며 해외수주도 2조원 넘게 따냈다. 우리가 2004년 KTX를 처음 운행할 당시 조만간 중국시장을 석권하겠다고 큰소리 친지 불과 10여 년 만에 상황이 완전 역전된 것이다.


이렇게 글로벌 철도환경은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다. 전통 강호인 일본과 신흥 강호인 중국이라는 두 철도 강대국 사이에 있는 한국철도는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한다. 정부와 철도기관, 철도업계가 하나로 뭉쳐 뼈를 깎는 혁신을 해야 하는 이 시기에 우리는 성과연봉제 반대를 내세우며 몇 주째 집안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여기에 화물연대 파업이 겹치면서 물류 대란까지 촉발되었다. 철도에서 시작된 논란이 대한민국 전체 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달 27일부터 시작된 철도노조 파업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가 없다. 28년 동안 9차례에 걸쳐 연례행사처럼 파업을 일으켜 온 철도노조는 이번에도 철도발전과 관계없는 정책 반대 투쟁을 벌이고 있다. 성과연봉제는 기업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도입되는 제도이다. 무조건적인 거부보다는 노사 간 협의를 통해 명확한 평가 기준을 정립하고 올바르게 시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정작 그에 관한 논의는 한 발자국도 진전되지 못하고 있으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더욱이 코레일은 개인별 평가가 아닌 부서단위 평가로 설계돼있다.


코레일을 비롯한 공기업 구조조정은 시대적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그동안 인프라 구축이나 사회안전망 확충으로 공공기관이 비대해지면서 생산성이 낮아졌다는 것이 국민의 지배적인 인식이다. 민간 대비 생산성이 60~80%에 불과하다는 생산성본부의 연구결과도 있다. 국민을 위해 일한다는 명목으로 경쟁을 피하고 안온한 환경에 안주해 온 결과다.


급격한 환경 변화 속에서는 강한 것이 아니라 적응하는 것이 살아남는다. 1억6000만년 동안 지구를 지배했던 공룡이 멸종한 것도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장개방으로 서비스가 개선된 사례는 많다. 올해 4월 가정용전력까지 시장을 완전히 개방한 일본의 경우 다양한 결합·맞춤형 상품이 탄생하기도 했다. 마침 철도시장도 연말쯤 수서 고속철 SR 개통을 앞두고 있어 국민의 선택 폭이 넓어졌다. 철도 시장의 위기로 볼 것이 아니라 철도서비스 향상과 전체 시장 규모를 늘리고 세계 경쟁력을 쌓는 기회로 삼으면 좋겠다.


성과연봉제 도입에서 촉발된 파업으로 그 어느 때보다도 코레일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뜨겁다. 지금이야말로 철도노조가 하루빨리 일터로 복귀하여 철도산업 발전방향을 고민하고 변화하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줄 때다. 그리고 노사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성과연봉제에 대해 진지하고 생산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이제는 철도노조의 선택에 따라 한국철도가 다시 한 번 도약하느냐, 나락으로 떨어지느냐의 순간이다. 국민 모두가 관심 있게 지켜볼 것이다.




이상근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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