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종도(인천)=아시아경제 노우래 기자] "고마워요, 박세리."
13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KEB하나은행챔피언십(총상금 200만 달러) 1라운드가 열린 18번홀(파5) 그린. 구름 갤러리가 스탠드를 가득 메웠고, 마지막 조가 도착하자 함성이 터졌다. 메이저 5승을 포함해 LPGA투어 통산 25승을 수확한 '위대한 개척자' 박세리(39)의 은퇴식을 보기 위해서다. 박세리는 마지막 홀을 앞두고 만감이 교차한 듯 잠시 고개를 떨궜다.
세번째 샷을 홀 3m 지점에 붙이자 다시 한 번 박수가 터졌다. 박세리는 모자를 벗은 후 갤러리를 향해 정중하게 인사했다. 아쉽게 버디는 놓쳤지만 파로 대회를 마친 뒤 환한 미소를 지었다. 동반플레이를 펼친 펑산산(중국), 렉시 톰프슨(미국)과 포옹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아버지 박준철씨와 박인비(28ㆍKB금융그룹), 전인지(22ㆍ하이트진로) 등의 격려가 이어졌다.
선동열 전 삼성 감독과 김세진 OK저축은행 감독 등 지인들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18번홀 설치된 대형 스크린을 통해 자신의 선수시절 활약 모습과 동료들의 격려 메시지가 이어지자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이렇게 많은 분들이 오셔서 축복을 해주실 줄 몰랐다"는 박세리는 "저는 정말 행복한 사람인 것 같다"며 "은퇴 이후에도 좋은 모습으로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한다"고 했다.
백전노장이지만 이날은 1번홀(파4)부터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지난 7월 US여자오픈 이후 3개월 만의 등판이다. 은퇴경기를 앞두고 며칠 훈련한 게 전부였다. 박세리의 매니지먼트사 이성환 세마스포츠 대표는 "공을 안친 지 오래됐다"며 "못치더라도 격려해 달라"는 농담으로 긴장을 풀어줬다. 관중석에서는 "박세리 파이팅"이 터져 나왔고, 첫 티 샷은 그래도 똑바로 보냈다.
샷은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았지만 매 홀 집중하면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홀이 끝날 때마다 "박세리 파이팅, 힘내라"는 응원이 쏟아졌다. 보기 9개를 기록하다가 15번홀(파4)에서 유일한 버디를 낚아 최하위인 공동 76위(8오버파 80타)에 머물렀다. 물론 스코어는 중요하지 않았다. 아마추어시절을 포함해 25년, LPGA투어 19년의 선수 생활에 화려한 마침표를 찍었다.
영종도(인천)=노우래 기자 golfm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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