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이종길 기자] 검찰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가운데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이르면 다음주 이들 재단을 대체할 신규 통합재단 설립 신청서를 정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하지만 재단 재설립과 재단의 잔여재산 이관을 놓고 벌써부터 적법성 논란이 일고 있어 통합재단 설립이 계획대로 추진될지는 미지수다. 재단 설립에 대한 인ㆍ허가권을 갖고 있는 문화체육관광부도 통합재단 설립 승인에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6일 재계에 따르면 전경련은 미르재단와 K스포츠재단의 잔여 재산 750억원을 신규 통합재단에 귀속하기 위해 두 재단을 해산하기 전에 신규 통합재단을 먼저 설립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전경련은 이에 따라 재단법인 설립을 위한 관련 서류를 갖춰 이르면 다음주, 늦어도 이달 안에 문체부에 신규 통합재단 승인 신청을 할 예정이다. 전경련은 이를 위해 현재 문화ㆍ체육계와 기금을 출연한 대기업들로부터 신규 통합재단의 이사진 추천을 받는 등 이사 선임 작업을 진행중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두 재단의 잔여 재산 750억원을 귀속하려면 두 재단을 해산하기에 앞서 먼저 신규 재단을 설립해야 한다"며 "새 재단 설립이 끝나면 미르와 K스포츠 재단 해산을 위한 법적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신규 재단 설립신청을 할 때 총회 개최, 이사진 구성, 사무실 임차 계약 등의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데 이사진 구성이나 임차계약 단계가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신청 시기가 빨라질수도, 늦어질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재단 재설립을 놓고 적법성 논란이 일고 있어 재단 설립 추진이 예정대로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참여연대는 최근 "민법 48조 1항은 재단법인 출범 이후에는 출연자조차 재단 재산을 마음대로 처분하거나 다른 목적에 활용할 수 없도록 하고 있고, 민법 77조 1항은 재단 해산 사유를 '법인 목적의 달성 또는 달성의 불능 등'으로 명시해 제3자가 함부로 재단 해산을 추진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며 전경련의 재단 해산은 현행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전경련은 "지난달 30일 두 재단의 해산 방안을 발표하기 전에 재단 이사들로부터 미리 동의를 구했다"며 "이달 중 두 재단의 이사회에서 해산 안건을 정식으로 의결할 것이므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두 재단의 잔여 재산 750억원을 신규 통합재단에 이관하는 것도 논란거리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경련은 출연재산 처분에 대한 아무런 법적 권한이 없는데도 현행법과 감독청의 권한을 침해하는 불법행위를 저지르고 있다"며 "통합재단을 새로 설립해 잔여 재산을 이관하겠다고 주장하는 것 자체가 미르ㆍK스포츠재단이 기업의 자발성에 의존한 게 아니라 전경련을 앞세운 권력에 의한 것임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단 설립의 인ㆍ허가권을 쥐고 있는 문체부도 통합재단 설립 승인에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문체부 관계자는 "아직까지 설립 신청이 접수되지 않았다"며 "사회적 파장이 큰 사안인 만큼 면밀히 검토해 승인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미르·K스포츠 두 재단의 설립 신청을 접수한 후 불과 하루 만에, 그것도 담당 공무원이 서울로 직접 출장까지 와 허가를 내줬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한편 미르재단에는 삼성, 현대차, SK, LG, GS 등 국내 대기업 16곳에서 486억원을, K스포츠엔 19개 기업에서 288억원을 각각 출연했다. 두 재단이 설립 수개월 만에 800억원에 가까운 거액의 기부금을 모으고, 재단법인 신청 하루 만에 정부의 허가를 받아내면서 청와대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