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3사, KAIT, 방통위 추진한 신분증 스캐너
신분증 위·변조 막기 위한 취지
8월1일->10월1일->12월1일 도입 연기
"가짜 신분증 잡지 못해", "시스템 불안정"
[아시아경제 안하늘 기자] 이동통신 3사가 신분증 위ㆍ변조를 막기 위해 당초 10월 1일부터 정식 도입하기로 한 '신분증 스캐너'가 준비 미숙으로 도입이 두 달 연기됐다. 이동통신 3사는 방송통신위원회 및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와 함께 40여억원을 투입, 전국 휴대폰 유통망에 신분증 스캐너를 도입했다.<본지 9월 8일 14면 기사 참조>
30일 업계에 따르면 이동통신 3사는 신분증 스캐너 도입을 12월1일로 연기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전국 휴대폰 대리점 및 판매점에 전달했다.
신분증 스캐너는 가입자가 판매점에 신분증을 건네주면, 업체는 스캐너로 신분증을 스캔한 뒤 해당 데이터를 KAIT 명의도용방지시스템과 대조해 개통 업무를 진행한다. 신분증 스캐너는 온라인 등 일부 판매점에서 스캔한 신분증을 주고 받는 불법 판매를 막기 위해 도입된 것으로, 신분증의 위ㆍ변조 여부를 판단한다.
방통위는 지난 4월 신분증 스캐너 도입 계획을 발표하면서 "온라인 약식 판매 등 불법 판매는 대부분 신분증 스캔한 것을 유통점끼리 사고팔면서 발생한다"며 "신분증 스캐너를 도입, 개인정보 보호 및 불법 판매를 막겠다"고 도입 배경을 밝힌 바 있다.
KAIT가 스캐너 제조업체에 신분증 스캐너를 구입하고 이동통신3사가 대납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동통신3사는 신분증 스캐너 약 2만2000개를 40여억원에 구입했다. KAIT가 지난 5월부터 전국 휴대폰 대리점 및 판매점에 신분증 스캐너를 도입, 현재 이동통신사 대리점에는 100%, 판매점에는 90% 이상 설치됐다.
당초 신분증 스캐너는 8월 1일부터 정식 도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준비 부족으로 8월 16일로 한차례 연기됐다가, 다시 10월1일로 시기가 연장됐다. 단, 9월1일부터 한 달간 시범 운영해보고 10월부터는 신분증 스캐너로 본인 확인을 하지 않은 개통에 대해서는 접수를 받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신분증 스캐너를 실제 도입한 판매점에서 잡음이 계속 흘러나왔다. 우선, 신분증 스캐너가 위ㆍ변조된 신분증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지난 1일 신분증 스캐너는 기자가 직접 만든 가짜 신분증을 정상 신분증으로 인식했다. 가짜 신분증은 신분증 앞ㆍ뒷면을 프린터로 복사한 뒤 신분증과 같은 재질의 신용카드에 이를 붙이고, 겉을 테이프 등 필름 재질로 감싸 만들었다. 그렇게 정상 인증된 가짜 신분증 이미지 파일은 이동통신3사 개통 센터에서도 무사 통과 했다.
이 같은 지적에 당시 KAIT 측에서는 "우리가 직접 확인해 본 결과 문제될 것이 없었다"며 "10월1일 실제로 도입 때까지 기달려달라"고 말한 바 있다.
KAIT의 불안정한 시스템도 지적됐다. 시범 운영 첫 날부터 시스템이 정상 작동하지 않았다. 지난 1일 KAIT에서 새로운 버전의 프로그램을 홈페이지에 올렸는데 홈페이지가 먹통이 된 것이다. 오후부터는 시스템이 정상 작동했지만 그 기간 동안 전국 휴대폰 매장에서는 정상 영업을 할 수 없었다.
형평성 문제도 거론된다. 전국 판매점에는 의무적으로 신분증 스캐너를 도입해야 한다. 반면 불법 영업이 많이 이뤄지는 다단계·방문판매원이 스마트폰 개통업무를 할 땐 신분증 스캐너 대신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신분증을 촬영해 진행한다.
12월 1일로 연기된 이유에 대해 묻자 KAIT 측은 "휴대폰 판매점에서 사업자들에게 병행기간 연기를 요청해 그렇게 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업자끼리 협의 하에 결정된 사안"이라고 말했다. 또 "신분증 스캐너 사업은 이동통신사가 진행하는 것"이라며 "연기된 구체적인 이유는 사업자들이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이에 대해 "신분증 스캐너를 전면 도입하기 아직 미비한 점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두 달간 계도기간을 거쳐 12월에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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