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터 5개 홀 연속버디 '역전 드라마', 레너드의 '우승 퍼팅', 바예스테로스의 '감나무 샷'
[아시아경제 노우래 기자] '시카고 대첩'.
유럽연합과 미국이 격돌하는 대륙간 골프대항전 라이더컵은 1927년 잉글랜드-아일랜드연합과 미국의 첫 대회 이후 90년 동안 수없이 많은 드라마를 연출했다. 유럽연합의 2012년 '시카고 대첩'이 대표적이다. 4경기 차로 패색이 짙던 최종일 8승1무3패라는 예상 밖의 스퍼트로 적지에서 뒤집기에 성공했다. 세계 최고의 월드스타들이 양대륙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사투를 벌인 역대 최고의 명승부를 살펴봤다.
▲ 폴터와 매킬로이 vs 존슨과 더프너(2012년 포볼매치)= 이안 폴터(잉글랜드)가 주연을 맡은 '시카고 대첩 예고편'이다. 2012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와 함께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메디나골프장에서 열린 잭 존슨-제이슨 더프너와의 포볼매치(두 선수가 각각의 공으로 플레이하고 좋은 스코어를 채택)에서 마지막 5개 홀 연속버디로 기염을 토했다. 18번홀에서는 특히 3m짜리 버디 퍼트를 집어넣어 기어코 매치를 이겼다.
팀의 사기를 북돋는 1승 이상의 값어치를 했다는 게 더욱 의미있다. 유럽연합은 1점을 추가해 6-10으로 미국과의 격차를 좁혔고, 마지막날 싱글매치 12경기에서 무려 8승1무3패를 쓸어 담아 14.5-13.5의 짜릿한 역전우승을 완성했다. 폴터는 싱글매치에서도 웹 심슨(미국)을 꺾는 등 4전 전승을 작성해 유럽연합이 2010년에 이어 2연패의 위업을 달성하는 일등공신이 됐다.
▲ 레너드 vs 올라사발(1999년 싱글매치)= 저스틴 레너드(미국)의 '우승 퍼팅'이다. 1999년 미국 매사추세츠주 브루클라인 더컨트리골프장에서 열린 호세 마리아 올라사발(스페인)과의 진검승부에서 4홀 차로 끌려가던 후반 눈부신 추격전을 시작했다. 17번홀에서는 13.7m짜리 버디 퍼팅을 성공시켜 결국 1홀 차 리드를 잡았고, 미국은 그 순간 무승부를 확보해 우승에 필요한 14.5점을 채웠다.
미국은 그러나 승부가 미처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선수들이 그린으로 달려가는 '비매너'로 오점을 남겼다. 올라사발 역시 8m 버디 기회를 남겨놓았기 때문이다. 퍼팅을 넣은 뒤 마지막 18번홀을 따내는 경우 미국의 우승이 물거품이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와 콜린 몽고메리(스코틀랜드)는 "미국 선수와 갤러리 모두 매너가 형편 없었다"고 비난을 퍼부었다.
▲ 바예스테로스 vs 죌러(1983년 싱글매치)= 세베 바예스테로스(스페인)의 '감나무 샷'이다. 1983년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가든 PGA내셔널골프장에서 퍼지 죌러(미국)와 맞붙어 17번홀까지 승부를 가리지 못했고, 18번홀에서는 공이 페어웨이벙커에 빠지는 위기가 겹쳤다. 그린까지는 245야드나 남았고, 경로에는 워터해저드와 벙커 등 장애물이 산재했다. 바예스테로스는 그러자 퍼시먼(감나무) 소재의 3번 우드로 승부수를 띄웠다.
벙커에서 오른쪽으로 휘어지는 절효한 페이드 샷으로 그린 가장자리에 공을 올렸고, 파를 지켜냈다. 죌러가 파에 그쳐 무승부, 유럽연합에 승점 0.5점을 선물했다. 잭 니클라우스(미국) 당시 미국팀 주장은 "지금까지 내가 본 최고의 샷"이라고 극찬했다. 바예스테로스는 미국에 1점 차로 우승컵을 내줬지만 동료 선수들에게 "오늘 우리는 승리한 것과 다름없다"며 환호했다.
노우래 기자 golfm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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