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만원대 코스팔던 고급식당도 '2만9000원' 저녁 특정식 내놓고 사활
콧대꺾은 호텔, 점심 코스요리 '1만원대'도 등장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김영란법 시행 첫날을 맞아 고급식당들과 특급호텔 레스토랑에서는 3만원 이하의 가격에 맞춘 메뉴들을 속속 내놓고 있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음식 가격 상한선을 3만원으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초바다요리 전문식당 '해우리'는 김영란법 시행 첫날인 오늘(28일)부터 10개 직영매장에서 1인 기준 2만9000원의 '해우리 저녁 특정식'을 판매한다. 기존 해우리의 저녁코스 단가는 3만9000원에서 4만9000원이었다. 그러나 법 시행 후에도 이 가격을 그대로 유지하면 매출 감소가 불을 보듯 뻔하다는 판단에 메뉴를 조정하는 형식으로 1만원가량 가격대를 낮췄다.
해우리 관계자는 "예전에는 코스메뉴로 선보였기 때문에 직원들이 서너차례 서빙해야했지만, 가격을 낮추면서 한상차림으로 바뀌었다"면서 "메뉴도 한 두개 정도 변화를 주는 식으로 단가를 맞출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가격을 낮춰 식당을 운영하는 대신 업종변경과 폐업을 선택한 곳들도 있다. 특히 서울 광화문 일대와 서초동, 세종시 등 기업과 기관 등의 단체 손님이 많았던 한정식, 소고기, 일식집 등은 업종 변경과 폐업이 속출하는 상황이다.
실제 정부 서울청사 인근에서 각각 60년과 14년간 한정식을 판매해온 유명 한식집 '유정'과 '해인'은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최근 문을 닫았다. 유정의 경우, 최근 베트남 쌀국수집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한국외식업중앙회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외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국내 외식업 연간 매출이 4조15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4년 외식업 매출액 83조원과 김영란법 시행으로 영향을 받는 고객의 비율 등에 근거한 분석이다. 업종별로는 1인당 식사비가 대부분 3만원을 넘는 한정식집이 61%, 육류구이전문점과 일식집이 각각 55%, 45%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특급호텔들도 3만원 이하 메뉴들을 내놓고 있다. 김영란법 적용을 받는 이들이 호텔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던 곳들도 결국 백기를 들고 중저가 메뉴들을 출시하고 있다.
신세계조선호텔이 운영하는 연회장 뱅커스클럽은 1인당 3만원 이하의 연회 메뉴 9종을 새롭게 내놨다. 스크램블, 쇠고기 버섯죽, 황태북어국 등 3가지 메인 메뉴 중심으로 구성한 조식 코스를 3만원에 맞췄다. 세종호텔은 1만원부터 시작하는 테이크아웃 도시락 6종을 내놨다. 석쇠불고기 도시락, 치킨스테이크 도시락, 연어스테이크 도시락, 소불고기 도시락, 안심스테이크 도시락, 찹스테이크&새우구이 도시락 등으로 이중 5종이 1만~2만7000원 사이다.
이밖에 워커힐호텔에서는 중식당 금룡과 한식당 명월관에서 이미 3만원 이하 메뉴들을 선보이고 있으며, 파크하얏트서울 역시 3만원대 이하 메뉴를 판매하고 있다. 서울가든호텔은 뷔페 레스토랑 라스텔라에서도 점심메뉴를 2만9700원에 내놨다. 가격대비성능(가성비)를 높여 매출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1만원대 메뉴를 판매하는 곳도 있다. 리버사이드호텔은 중식당 따뚱에서 평일 점심 1만4500원짜리 코스요리를 내놨다.
업계 관계자는 "김영란법이 일부 적용 대상자들에만 국한되지 않고, 사회 전반적으로 확대됨에 따라 이번 법 시행으로 외식업계도 전반적인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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