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따누깐 '억지 미소', 리디아 고 '샷하기 전 손닦기', 데이 '명상', 파울러 '속사포 샷'
[아시아경제 노우래 기자] '루틴(routine)'.
사전적인 의미는 '특정한 작업을 실행하기 위한 일련의 명령'이다. 골프에서는 타깃 조준과 샷을 하기 전 왜글 등 반복적인 준비 동작을 말한다. 사실 이 과정이 무너진다면 최상의 결과물을 얻기 어렵다. 타이거 우즈(미국)와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등 월드스타들이 독특한 루틴을 갖고 있는 이유다. 요즈음에는 특히 자신만의 이색 루틴으로 투어를 호령하고 있는 스타들이 떠오르고 있다.
에리야 쭈따누깐(태국)의 '어색한 미소 짓기'가 대표적이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최고의 장타를 보유하고서도 막판에 자주 무너져 한 때 '새가슴'이란 조롱을 받았던 선수다. 올 시즌에는 그러나 드라이버 대신 2번 아이언 티 샷을 선택하는 전략을 앞세워 시즌 5승을 쓸어 담아 단숨에 세계랭킹 2위로 도약했다. 지난달에는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태국선수 첫 메이저 우승을 일궈내 기염을 토했다.
최근에는 '클러치 퍼팅'까지 몰라보게 향상됐다. 바로 '억지 미소'가 동력이다. 결정적인 순간 흔들리는 퍼팅을 강화하게 위해서다. '옛날 골프여제'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의 멘탈 코치에게 조언을 받은 게 적중했다. 압박감을 받는 순간 스트로크가 빨라지는 것을 막기 위한 새로운 해결법이다. 쭈따누깐은 "샷 하기 전 미소를 지으면서 마음이 안정됐다"고 했다. 그야말로 "웃으면 복이 와요"다.
리디아 고(뉴질랜드)의 '수건 루킨'도 빼놓을 수 없다. 거의 모든 샷을 하기 전에 수건으로 손을 닦는 행동이다. 캐디 제이슨 해밀턴은 리디아 고가 연습 스윙을 하는 동안 수건을 들고 대기한다. 땀을 제거하는 동시에 긴장을 풀수 있는 '일석이조'의 역할을 수행한다. 올 시즌 4승을 앞세워 상금랭킹과 평균타수, CME글로브포인트 등에서 1위를 질주하는 비결이다.
세계랭킹 1위 제이슨 데이(호주)는 '명상 루틴'을 선호한다. 어드레스에 들어가기 전 눈을 감고 공이 날아갈 궤적을 상상한다. 케빈 나(미국)은 지난친 루틴 때문에 '비난'을 받았다. 모든 샷을 하기 전 20회 이상의 왜글로 '슬로우 플레이어'라는 조롱의 대상이 됐다. 지금은 '왜글 중독'이 사라져 '정상적인 플레이'를 하고 있다. 루틴이 거의 없는 선수도 있다. 리키 파울러(미국)는 연습 동작 없이 곧바로 샷을 가져가 '속사포 골퍼'라는 애칭을 얻었다.
노우래 기자 golfm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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