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기준 비정상운항 선박 22% 하역 완료…나머지 77%는 발묶여
[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야 이 xx들아. 우리 화물 어쩔거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화주들이 방문해서 화물 운송을 논의했던 중국 상해 한진해운 지점. 한진해운의 법정관리가 결정된 이후 이곳은 고성과 욕설로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다. 일부 격분한 화주들은 칼을 휘두르는 바람에 직원들이 피신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직원들은 현지 대사관에 신변보호 요청을 신청했고 가족들도 부랴부랴 귀국시켰다.
한진해운 직원 A씨는 12일 "중국 등 일부 해외 지점에서는 화주들이 칼이나 도끼를 들고 찾아와 화물 반출을 요구하며 직원들을 협박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며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로 현지 상황이 심각하다"고 토로했다.
그렇다고 직원들이 철수할 수도 없다. 이들은 입항 허가가 나오는대로 고객 화물을 운반하는 등 업무를 마무리해야 한다. 한진해운 측은 "주재원 신변보호를 위해 정부 차원의 지원 요청을 한 상황이며, 가족들은 먼저 귀국토록 이미 조치했다"라고 말했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간지 12일째 접어들면서 물류대란은 좀처럼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 법원에서 한진해운 선박에 대한 압류금지명령(스테이오더)을 승인하면서 최악의 상황은 넘겼지만, 하역비용 마련 작업이 제동이 걸리면서 물류대란 사태를 해결하기까지는 첩첩산중이다.
외항에 대기 중이던 한진해운 선박이 압류 우려 없이 항만에 들어갔다고 해도 하역비용이 없으면 화물을 내릴 수 없다. 법원은 화물 하역비용으로 약 1700억원이 추가로 들어갈 것이라고 추산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화주들은 이번 사태로 피해를 입은 것에 대해 손해배상청구 소송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항만 터미널이나 항만 서비스업체, 트럭회사, 컨테이너 박스 임대업체들이 최근까지 지급이 체불된 항만사용료, 급유비용, 컨테이너박스 사용료 등 밀린 대금을 받기 위해 하역한 한진해운 화물을 억류해 무더기 상환 청구 소송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유동성 마련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사재출연을 통해 늦어도 13일 전까지 400억원을 집행키로 했지만, 물류사태를 진압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한진해운 대주주인 대한항공은 지난 10일 한진해운에 600억원의 자금을 지원하기로 결의했으나 '담보 선취득' 조건이 붙어 실제 집행으로 이어질지 불투명하다.
롱비치터미널을 담보로 잡으려면 한진해운이 이미 담보 대출 중인 6개 해외 금융기관과 또 다른 대주주인 MSC(보유 지분 46%)로부터 모두 동의를 받는 작업이 전제돼야 하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사안의 시급성을 감안해 선 지원 후 담보로 즉시 진행하고자 했으나 배임으로 인한 법적 문제, 채권회수 가능성 등에 대한 리스크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진해운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기준 한진해운의 비정상 운항 선박 총 92척중 약 77%에 해당하는 71척(컨테이너선 59척+벌크선 12척)이 압류를 피해 외항에 대기 중이며, 21척(22%)만이 하역이 완료됐다.
이들 선박 중 일부는 현지 법원의 스테이오더 승인으로 입항해 하역 작업을 완료했으며 일부는 공해 상에 대기 중이거나 터미널이나 용선주, 항만서비스 업체 등이 대금 지급을 요구하며 입출항을 금지해 발이 묶였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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