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 김근철 특파원]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이 휘청거리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린 9ㆍ11 테러 15주년 추모행사에 참석했다가 거의 졸도 직전까지 가면서 '건강 이상설'에 다시 발목을 잡히게 됐다.
클린턴 후보는 이날 오전 뉴욕 맨해튼 '그라운드 제로'에서 열린 추모 행사에 참석했다. 유가족 등과 만나 이들을 위로하며 현장을 지켰지만 1시간 30분 정도 지난 뒤 여성 수행원의 팔을 잡고 황급히 자리를 떠 주위를 어리둥절케 했다.
행사 참석자들이 찍은 영상에서 클린턴은 수행원들의 부축을 받아 이동 차량을 기다리던 중 두어 차례 휘청거렸고 차량에 탑승할 때도 걸음을 제대로 걷지 못해 넘어지다 겨우 차에 오르는 모습이 포착됐다.
딸 첼시의 아파트로 이동해 잠시 휴식을 취한 클린턴은 이후 자택이 있는 뉴욕주의 차파쿠아 자택으로 가 머물렀다. 이로 인해 클린턴 후보 건강 이상설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공화당과 도널드 트럼프 후보측은 클린턴이 뇌진탕 후유증 등으로 인해 건강에 문제를 지니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대해 클린턴 캠프의 닉 메릴 대변인은 "추모식 도중 더위를 먹어 딸의 아파트로 갔으며 지금은 아주 좋아졌다"고 해명했다. 주치의인 리사 바르닥 박사도 "클린턴 후보는 폐렴 증세를 보인 것이며, 회복 중"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CNN 등은 "이번 해프닝으로 클린턴 건강 이상설이 다시 대선 쟁점으로 부상하는 계기를 스스로 제공했다"고 진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때 트럼프를 여유 있게 앞서던 클린턴 후보의 지지율도 이상 조짐을 보이고 있다. NBC뉴스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애리조나와 조지아, 네바다, 뉴햄프셔 등 4개 경합주를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두 후보는 초접전 양상을 보였다. 이 조사에서 트럼프는 애리조나와 조지아에서 1~3% 포인트 차이로 앞서있고, 클린턴은 네바다와 뉴햄프셔에서 1%포인트 안팎의 우세를 보이고 있는 상태다.
워싱턴포스트(WP)도 이날 클린턴 후보가 전체 여론조사에서 여전히 앞서고 있더라도 최근 들어 '경고등'이 켜진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뉴욕 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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