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께 사과…청렴성은 법관의 존재가치와 직결"
[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김수천 인천지법 부장판사의 구속을 불러온 법조비리 사태와 관련해 양승태 대법원장이 6일 대국민사과를 했다.
이날 오전 대법원 대회의실에서 열린 전국 법원장회의에 앞서 양 대법원장은 "사법부를 대표해 이 일로 인해 국민 여러분께 끼친 심려에 대해 깊이 사과드리며 앞으로 밝혀질 내용에 따라 엄정한 조치를 취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공개 사과했다.
그는 참담함과 당혹, 비통함을 드러내며, 법관의 청렴성과 연대책임을 강조했다. 양 대법원장은 "청렴성은 법관들이 모든 직업윤리 가운데서도 가장 소중히 여기는 가치"라며 "청렴성을 의심받는 법관의 재판은 아무리 법리에 부합하는 결론을 낸다 해도 불공정한 재판으로 매도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법조 비리와 관련한 대법원장의 직접 사과는 2006년 8월 조관행 전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구속과 관련해 이용훈 당시 대법원장의 사과 이후 10년만의 일이다.
양 대법원장은 "현직 부장판사가 법관의 직무와 관련해 거액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구속된 일로 인해 엄청난 충격에 휩싸여 이 모임을 열고 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시종일관 굳은 표정으로 A4 10장짜리 사과문을 읽어 내려갔다. 그는 "법관이 지녀야 할 가장 근본적인 직업윤리와 기본자세를 저버린 사실이 드러났고, 그 사람이 법관 조직의 중추적 위치에 있는 중견 법관이라는 점에서 우리 모두가 느끼는 당혹감은 실로 참담하다"고 비통한 심정을 드러냈다.
양 대법관은 "한 법관의 잘못된 처신이 법원 전체를 위태롭게 하고 모든 법관의 긍지와 자존심을 손상시키고 있다"며 "이로 인해 법관 전체의 도덕성마저 의심의 눈길을 받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병로 초대 대법원장의 '부정을 범하는 것 보다 굶어 죽는 것이 더 영광이다'라는 말을 인용해 법관의 청렴성을 강조했다.
양 대법원장은 "청렴성에 관한 신뢰 없이는 사법부의 미래도, 법관의 명예도 없다"며 청렴성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가면, 재판의 정당성 상실과 법관의 존립 기반 자체도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법관들에게는 법원이 연대책임을 가진 조직임을 강조했다.
이번 대국민사과는 현직 부장판사의 구속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지고 이로 인해 사법부의 신뢰가 땅에 떨어지자 신뢰 회복과 조직을 추스르기 위해 마련됐다.
양 대법원장과 전국에서 모인 법원장들은 난상토론을 통해 청렴성 강화 방안과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토론 내용은 논의가 끝나는 오후께 발표된다.
한편, 김수천 인천지법 부장판사는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구속기소)에게서 로비 명목으로 1억7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챙긴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로 지난 2일 구속됐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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