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역비 등은 한진이 부담해야..정부 재정지원 절대 없어"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사진)은 5일 "미국과 독일 함부르크, 싱가포르 등 해외 거점항만으로 한진해운 선박을 옮겨 선적 화물을 안전하게 하역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최 차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화물이 압류되지 않고 조기하역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전날 오후6시 기준으로 한진해운 운영 컨테이너 선박 총 97척 가운데 61척이 비정상적으로 운항하고 있다. 47척은 공해상에 발이 묶였고 12척은 입·출항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다. 2척에 대해선 선주가 회수를 결정했다.
최 차관은 "나머지 36척도 오는 9일쯤이면 대부분 비정상 운항으로 돌아설 것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한진해운이 책임을 지고 (사태 해결의) 중심에 서되 하역 조치를 정부가 측면지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미국에 있는 선박은 (화물) 압류 금지(Stay Order) 신청을 해 7일께 발효될 것으로 예상하고 함부르크의 경우 압류 신청만 해도 하역 협상이 가능하다. 싱가포르는 압류 금지 신청 없이 항만 당국이 유연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며 "정부는 압류 금지가 발효되거나 압류 위험 없이 안전하게 하역할 수 있는 곳을 거점항만으로 정해 선박을 이동시켜 하역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경우 싱가포르에 20척, 미국 10척, 함부르크에 5척 가량의 선박이 이동 가능하다. 동아시아 쪽에 있는 선박 40여척은 부산항과 광양항 쪽으로 배를 돌리게 해 대체선박을 운영할 계획이다.
제도적 조치를 해도 하역비, 밀린 대금 정산 등 금전적 문제는 필연적으로 따라올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한진해운은 자금이 고갈된 데다 채권단에 신규 자금지원을 기대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기본적으로 선주와 화주간 사적 거래에 지급보증 등 재정을 지원할 여지가 없다는 입장이다. 최 차관은 "이 문제는 정부가 재정으로 지원하거나 보증할 문제는 절대 아니다"라며 "정부는 보유 우량자산을 담보로 하는 등 한진해운과 회사 대주주가 원칙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원칙 하에 어떤 부분을 지원할 수 있는지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필요한 재원 규모에 대해서는 "한진해운의 우량자산 금액이 얼마인지, 소요금액이 얼마인지 대조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 차관은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이후 물류 대란을 방지하기 위한 대응책이 미비했다는 지적에 대해 "한진해운이 배의 기항지나 화물, 화주 등 모든 정보를 갖고 있어 결과적으로 (대응책을 마련하기까지) 며칠이 소요됐다"고 해명했다.
구조조정의 컨트롤타워가 부재한 것 아니냐는 지적엔 "부총리가 중심이 되는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금융 이슈는 금융위원장이, 물류 관련은 해수부 장관을 중심으로 논의해 왔다"면서 "다만 (물류 대응 문제는) 법정관리 들어가는 기업이 협조해야 하는 이슈인데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뒤 한진해운의 협조를 받기까지 시차가 좀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앞서 임종룡 금융위원회 위원장도 원칙적으로 한진그룹 측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물류대란을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세종=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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