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넓지 않은 제 어깨에 5000만 생명 있다"…中 사드 설득 주력

朴 "북핵 억지력이 한반도 평화안정에 도움"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중국 항저우를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에서 "구동존이를 넘어 구동화이(공동이익은 추구하고 다른 것은 공감대를 확대한다)를 지향해 발전해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문제에 대한 중국측의 이해를 구한 것이라는 평가다.

김규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이날 회담 직후 브리핑에서 "박 대통령께서는 양국이 상호존중과 신뢰를 바탕으로 전략적 소통과 대화를 강화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면서 이 같이 전했다.

박 대통령은 '구동화이'라는 사자성어 외에도 이날 시 주석을 만나 사드 배치의 필요성을 간접적으로 전달하는데 주력했다. 사드를 직접 거론할 경우 중국 측의 반발이 거셀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수석은 "사드 배치에 대해 한중이 이미 여러 기회를 통해 의견을 교환한 만큼 다시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보다 왜 자위적 방어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설명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중국 측에 "북한의 무수단 미사일과 SLBM 발사 이후 우리 국민의 북한 위협에 대한 우려는 전례가 없는 수준까지 올랐다" "직접적인 피해자는 우리 국민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위협의 정도는 중국의 느끼는 것과 차이가 있다"는 말로 이해를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천영식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은 이날 오후 사드 배치의 불가피성에 대한 박 대통령의 발언을 추가로 소개하기도 했다.

천 비서관은 브리핑에서 "박 대통령은 한반도에서 북한이 무모한 핵미사일 도발을 하지 않도록 억지력을 갖는 게 한중 양국의 공동이해관계인 한반도 평화안정에 도움이 된다고 했으며 본인의 넓지 않은 어깨에 5000만 국민의 생명과 안위를 책임져야 한다는 점에 대한 막중한 사명감으로 밤잠을 못자고 이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박 대통령은 한중과 함께 미국이 참여해 소통을 하자고 제안했는데, 이 역시 중국 설득을 위한 카드로 평가된다. 박 대통령은 "한미중이 소통을 통해 건설적이고 포괄적인 논의를 해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이번 한중정상회담이 양국정상이 사드에 대한 입장을 직접 확인했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그동안 양국이 간접적으로 사드 문제를 언급했을 뿐, 양국 정상이 직접 거론한 적은 없었다"면서 "상대방의 상호신뢰와 한중관계 차원에서 이 문제를 진솔하게 다뤘다"며 이번 회담이 갖는 의미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