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조선 12척 발주 계기…상세협상 진행 중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현대중공업이 러시아의 유조선 발주를 계기로 러시아 국영 조선사와 선박 설계 합작사를 추진하기로 했다.
현대중공업은 3일(현지시각) 가삼현 부사장, 정기선 전무 등이 참석한 가운데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소재 극동연방대학교에서 러시아 국영 석유사인 로스네프트와 협력합의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은 이번 합의를 통해 러시아 국영 극동조선소(FESRC)와 상선 설계·프로젝트 관리 부문 합작사 설립을 추진한다. 현대중공업 측은 극동조선소가 위치한 러시아 연해주는 정주영 창업자가 1989년 시베리아 개발 사업을 진행했던 지역이어서 더욱 의미가 깊다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은 이번 합의로 러시아의 자국 조선소 건조 정책 시행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됐다. 러시아는 중형 유조선 부문에서 설계·건조기술의 전문성을 높일 수 있게 됐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설계 및 프로젝트 관리 뿐 아니라 선박용 주요 기자재 공급, 전문 인력 파견 등을 통해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국영선사인 소프콤플로트가 발주한 유조선 12척을 수주할 가능성도 커졌다. 수주금액은 약 6억6000만 달러다. 이번 합작사 설립은 러시아측이 수주를 전제로 내걸은 조건이기도 하다. 러시아는 최근 조선소 현대화를 추진하면서 선진 기술 확보 차원에서 합작사 설립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프콤플로트는 지난달 현대중공업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사양·선가 및 납기 등 제반조건을 협의하면서, 수주조건으로 현대중공업에 쯔베즈다 조선소의 건박건조 기술협력을 위한 합작사 설립을 요구한 바 있다. 이번에 관련 MOU를 체결한 만큼 수주에도 한 발 다가서게 됐다. 9월말에는 수주계약을 완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1월에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사인 아람코와 전략적 협력관계 구축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올 3월에는 미국 GE와 조선·엔진·기자재 사업 전반에 대한 협력을 확대해 나가기로 약속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관계 구축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꾸준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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