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도생 빅3]현대重, 노조 파업에 구조조정 '빨간불'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현대중공업은 노조가 파업을 예고하면서 구조조정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노조는 올 2분기 흑자를 냈음에도 사측이 구조조정을 강행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자구안 중 하나인 사업부문 분사 작업이 본격화되며 반발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업계에선 자체 구조조정안 실행은 물론 9월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대중공업은 현대미포조선·현대삼호중공업 등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노조와 함께 17일 울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31일 3사 공동파업을 예고했다. 이들은 구조조정의 정당성이 없다며 "흑자를 내고 있음에도 분사를 확대하고 희망퇴직을 일방적으로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그룹 3사가 공동파업을 벌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파업 전 오는 25일 3사 노조 간부의 공동 서울상경 투쟁도 계획하는 등 투쟁강도를 높이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이미 파업을 몇차례 실시했다. 지난달 19일부터 나흘간 부분파업을 한데 이어 같은달 27일과 여름휴가가 끝난 직후인 이달 16일, 18일에도 일부 조합원이 파업을 이어갔다.

하지만 이번 파업은 조선 3사 노조가 무기한 파업을 예고했다는 점에서 파급력이 더 크다. 조선 3사 노조는 "하루만 파업하는 것이 아니라 조선 3사에서 구조조정을 중단하고 올해 임단협을 타결할 때까지 파업을 계속한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선 3사 노조가 매일 전면 파업에 나서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하고 있지만 우려는 크다. 3사 노조 순환이든, 일부 부서만 참여하는 형식이든 파업이 계속되면 구조조정의 속도는 늦춰질 수 밖에 없다. 현대중공업은 현재 자구안에 담았던 사업부문 분사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노조 반발이 크다. 분사가 확정되면서 대출금리를 비롯해 각종 직원 혜택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파업이 계속되면 9월 빅3 조선사에 대한 특별고용지원업종 추가 지정도 물거품이 될 수 있다. 파업하는 조선사에 혈세를 투입해 지원하는 것은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 노사 관계가 진전을 보이고 있는 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으로서는 이번 파업이 우려될 수밖에 없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16일 1차 교섭을 진행하며 노사 협상을 시작했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도 현 경영진 분식회계 의혹에 노심초사하면서도 사측의 수주활동을 지원하며 힘을 실어주고 있다.

울산시장 및 경제단체는 파업을 멈춰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김기현 울산시장은 "경영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 시기"라며 "울산에 대한 국민 시선이 악화되지 않도록 노사 협력정신을 발휘해달라"고 말했다. 울산 경제·시민·사회단체 등으로 구성된 '행복도시 울산만들기 범시민협의회'도 "기업 현장에 더는 투쟁, 파업이라는 단어가 사라지고 대화와 상생이라는 말이 들리게 해달라"며 "구조조정의 아픔이 없도록 일자리 창출에 노사가 합심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