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슈퍼·빙과업체, 할인경쟁 치킨게임 끝내자
8월 권장소비자값 표시제 시행
시장질서 회복 위한 유일한 방법
일부 점주 반발에도 대세에 공감
제조사, 크기 줄이는 꼼수 아닌
맛·증량으로 신뢰 회복해야
빙과류 브랜드 전략도 필요해
[아시아경제 이주현 기자]"아이스크림 영업은 원래 저자세 영업으로 정평이 나있었지만 최근 권장소비자가 표시제에 대한 슈퍼마켓 사장들의 성화에 예전보다 더욱 을(乙)의 처지로 전락했다. 가격경쟁에서 밀린 점포는 찬성의 입장을 보여 문제가 되지 않지만 아이스크림을 미끼상품으로 잘 활용하던 점포의 반대가 심해 스트레스가 엄청나다."
"현재는 기존 재고와 가격표기 제품이 혼재 돼있어 점주들과 소비자 모두 혼란한 상황이다. 기존 재고 소진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듯해 한동안 가격에 대한 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제과, 빙그레, 해태제과, 롯데푸드 등 빙과업체가 8월부터 권장소비자가 표시에 나선 이후 일선에 있는 영업사원들의 하소연이다. 쇼케이스 확보 경쟁으로 인해 슈퍼마켓 사장들의 눈치를 보는 등 영업 피로도가 극에 달해있는 상황에서 권장소비자가 표시제로 인해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빙과업체는 권장소비자가 표시제가 시장질서를 바로잡기 위한 유일한 방법으로 판단하고 있다. 대안 없는 권장소비자가 표시제 시행으로 불만이 높아지고 있어 이를 상충 시킬 수 있는 해결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트렌드에 맞는 신제품 출시와 연구개발에 집중해 소위 말하는 '대박제품'을 고객들에게 선보이고 용량에 대한 지적이 많은 만큼 제품 증량이 방법으로 제시되고 있다.
커피 등 대체제가 많아진 상황에서 기존의 맛과 품질, 용량으로는 다양해진 소비자 니즈를 충족시키기에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끼상품'으로 전략해버린 인식을 벗는 것도 중요한 과제중 하나다.
업계에서는 과거 '양산빵'과 '콜라·사이다' 등이 미끼상품에서 탈피해 당당히 하나의 제품으로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과도한 가격 할인으로 고객을 유인하기 위한 수준으로 떨어졌던 이들 제품들이 '캐릭터' 도입과 품질 향상, 맛 개선, 증량 등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을 계속했고 이는 곧 가격 신뢰성 회복으로 이어진 전례가 있어서다.
또한 시원함만 강조한 기존 빙과 제품에 식상함을 느낀 소비자들 인식에서 탈피하기 위해 브랜드 전략을 새롭게 세워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수브랜드가 많은 빙과시장 특성상 이를 친근하게 받아들이는 소비자가 있지만 빙과 시장을 새롭게 재편하기 위해서는 전사적인 브랜드 전략으로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리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직·간접 경험이 브랜드 이미지에 큰 영향을 미치는 시대에 현재 형성된 빙과시장에 대한 좋지 않은 이미지와 불신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며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해 회사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착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긍정적인 목소리도 나타나고 있다. 회사마다 급여체계는 다르지만 판매량에 따른 인센티브가 급여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영업사원 입장에서는 권장소비자가격 표기로 매출이 올라가면 회사 수익창출에 기여하게 되는 것은 물론 급여도 늘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A 빙과업체 영업사원은 "1년중 가장 바쁜 시기인 여름철 권장소비자가 표시제가 시행돼 혼란도 있고 어려움도 있지만 대부분 취지 공감하는 슈퍼 사장들이 많은 편"이라며 "소비자 신뢰회복과 과도한 할인경쟁에서 탈피하고 급여도 늘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 고무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한 대리점과 슈퍼마켓 점주들도 권장소비자가 표시제를 시대의 흐름으로 받아들이는 등 변화의 조짐도 보이고 있다.
B 대리점 관계자는 "제조업체들이 과도한 할인율에 대한 부담이 심했던 것처럼 대리점들도 거래처에 기본 할인율에 추가 할인율을 적용해야 하는 입장이어서 이익이 거의 남지 않았다"며 "대부분의 대리점들이 소비자가격 표시를 대세로 보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어 눈치를 보고 있는 대형대리점들 역시 대세에 따를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주현 기자 jhjh1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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