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활용한 공격적 의사소통에 정치권 관심
김 전 대표…사진 활용 이미지 정치, 공격적 메시지는 언론 인터뷰로 이원화
문 전 대표…정중동 행보 띠다 지난달부터 적극적 정치 공세
안 전 대표…IT전문가다운 의사소통 눈길
정치환경 변화와 지지층 요구 반영
[아시아경제 오상도 기자] 여야 유력 대선주자로 꼽히는 전직(前職) 당대표들이 잇따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소통에 나서고 있다. 당대표직에서 물러나며 한동안 현실정치와 거리를 둬왔던 이들은 최근 정중동(靜中動)의 행보를 접고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에 뛰어들었다는 평가를 듣는다. SNS 뒤에 꽁꽁 숨어 나름의 소통방식을 강화하는데는 정치환경의 변화와 지지층의 요구 등이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무대'의 탈바꿈=가장 극적인 변화는 '무대'(무성대장)로 불리는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에게서 엿볼 수 있다. 지난달 14일 당대표 선출 2주년 기념식을 기점으로 대권 도전 의지를 내비쳤던 그는 지난 1일 전남 진도군 팽목항을 시작으로 민생투어를 떠났다. 이후 연일 SNS에 일상의 사진과 글을 올리며 소통하고 있다.
김 전 대표는 17일에도 페이스북에 덥수룩하게 수염을 기른 모습을 올리며 전북 무주 반딧불장터와 전주 혁신도시 등을 찾았다는 글을 달았다. 공격적 화법으로 논란을 키우는 여느 정치인과 달리 김 전 대표의 글들은 평범하기 이를데 없다. 친박과 각을 세우거나 개헌론에 불을 지필 때는 현장을 찾은 기자들과의 인터뷰를 활용했다. 일종의 투트랙 전략인 셈이다.
오히려 논란은 SNS 속 사진이 키우고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 생가 마을회관과 전북 남원시 화신마을회관에서 김 전 대표가 평범한 서민처럼 웅크리고 앉아 손빨래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 대표적이다. 러닝셔츠 등 속옷차림으로 다리를 벌린 모습은 단박에 누리꾼들의 입담에 오르내렸다.
일각에선 "서민 코스프레를 꼭 해야 하느냐"는 싸늘한 시선도 만만찮다. 친박(친박근혜)인 정우택 새누리당 의원은 한 라디오방송에서 "남사스럽다"고 혹평하기도 했다.
◆울타리 벗어난 문 전 대표=지난 1월 당대표직에서 물러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SNS에서 시구(詩句) 등을 올리며 현실정치와 거리를 둬왔다. 4·13총선 직전에는 자신이 영입한 더민주 후보들을 격려하는 메시지가 봇물을 이뤘다. 이따금씩 정치적 견해를 개진하기도 했으나 그뿐이었다.
문 전대표의 행보가 바뀐 건 지난달 네팔과 부탄을 방문하고 돌아온 직후였다. 이후 주요 현안마다 SNS에 글을 올리며 논쟁의 중심에 뛰어 들었다. 광복 71주년인 지난 15일에는 페이스북에 "광복절을 건국절로 기념해야 한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얼빠진 주장"이라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지난 13일에는 SNS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결정에 대한 재검토와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말했고, 8일에도 "참 한심한 정부"라며 사드 방중에 나선 더민주 초선의원 6명을 옹호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문 전 대표가 본격적인 대권행보에 시동을 걸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가장 앞서가는 IT전문가=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 역시 문 전 대표와 비슷한 시기에 SNS를 통해 직접 소통에 나섰다. 페이스북의 생방송 중계 프로그램을 활용할 만큼 가장 앞서나간 점이 특징이다.
지난달 10일 사드 배치에 대한 국민투표를 제안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린 것이 신호탄이 됐다. 이틀 뒤에는 "변화를 추구하겠다"면서 기득권 세력에 대한 비판에 날을 세웠고, 지난달 28일에는 김영란법 합헌결정에 환영의사를 표명했다.
이후에도 광복절인 지난 15일 위안부와 사드 등에 대한 의견을 지속적으로 SNS에 올리며 대권 레이스 궤도에 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 "졸속 위안부 합의는 무효"라며 정부가 다시 위안부 할머니와 국민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야한다는 의견과 "사드 배치는 반드시 국회 비준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이들의 인기는 현재 상한가를 치고 있다. 김 전 대표는 페이스북 친구가 5000명에, 팔로워는 1만 8300명에 이른다. 문 전 대표와 안 전 대표의 페이스북 '좋아요'는 각각 41만명과 9만명 수준이다.
이들이 SNS에 집착하는 건 모두 언론의 관심에서 비껴가고 있다는 소외감에서 비롯됐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젊은층의 지지를 받고 있거나 혹은 얻어야 하는 상황도 어느 정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예기치 못한 메시지 효과를 여과해 고정 지지층을 중심으로 여론을 주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운신의 폭이 넓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 정치권 인사는 "이런 이유로 3명의 잠룡들이 당분간 SNS를 활용한 소통방식을 강화하고 또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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