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늘보, 보아뱀, 9번홀 벙커에는 굴 올빼미, IOC 야생동물 전문가 배치 '선수 보호'
[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1m가 넘는 초대형 쥐가 있다고?"
바로 설치류 가운데 몸집이 가장 큰 카피바라(Capybara)다. 인디오말로 '초원의 지배자'라는 뜻이다. 주로 브라질 남부와 남아메리카 파라과이 등에 서식한다. 생김새는 쥐와 비슷하지만 60㎏을 넘는다. 문제는 12일(한국시간)부터 브라질 리우데자이네루올림픽 골프경기가 열리는 바하 다 치주카 올림픽골프장(파71ㆍ7128야드)에 자주 출몰한다는 점이다.
새로 조성된 이 코스는 당초 2개의 대형 워터해저드 때문에 지카 바이러스를 옮기는 숲 모기가 많을 것으로 예상됐다. 제이슨 데이(호주)와 더스틴 존슨(미국), 조던 스피스(미국),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등 세계랭킹 '톱 4'가 불참을 선언한 출발점이다. 하지만 남반구의 겨울철로 접어드는 8월이 되면서 오히려 카피바라를 비롯해 나무늘보, 보아뱀 등 야생동물이 급격히 늘고 있다.
"30∼40마리의 카피바라가 호수에 살고 있다"는 마크 존슨 골프장 관리 책임자는 "초식동물이라 사람을 해치지는 않지만 먹성이 너무 좋아 밤새 골프장 잔디를 갉아먹어 골치"라며 "선수들은 그들과 이곳을 공유해야 한다"고 했다. 9번홀 벙커에는 굴 올빼미 가족이 살고 있고, 선수들이 본격적인 연습라운드를 시작한 9일에는 호수에서 카이만악어까지 목격됐다.
3m 길이의 카이만은 악어 중에는 작은 편이지만 성질이 난폭해 워터해저드 근처를 조심해야 한다. 국제골프연맹(IGF) 관계자는 "골프는 낮에 진행돼 선수들이 야행성인 카이만 악어에게 물리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IOC(국제올림픽위원회)는 일단 경기가 열리는 동안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해 각종 야생 동물 전문가 5명을 배치하기로 했다.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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