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한여름의 무더운 날씨와 달리 국회에서는 규제 한파가 몰아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0대 국회 개원 후 첫 두 달을 대상으로 산출한 의원발의 법안의 규제온도는 -53.1R을 기록했다. 규제온도는 의원발의 법안 중 규제완화 법안 비율에서 규제강화 법안비율을 뺀 수치를 말한다. 규제강화 법안의 비율이 완화 법안의 비율보다 높으면 규제온도는 영하로 내려가고, 반대의 경우에는 영상을 나타낸다. 'R'은 규제를 나타내는 영문(Regulatin)의 앞글자를 따왔다.
첫 두 달간 발의된 법안 1131개 중 규제 법안은 597개로 이 중 규제강화 법안은 457개, 규제완화 법안은 140개였다. 이 기간 규제 법안은 하루에 5개씩 순증(강화법안수-완화법안수)했다. 반면 17대 국회는 -25.9R, 18대 국회는 -4.6R, 19대 국회는 -43.9R 등이었다.
20대 국회 두 달간 50개 이상의 법안이 발의된 9개 위원회 중 환경노동위원회(-95.9R)의 규제온도가 가장 낮았다. 다음으로 보건복지위원회(-73.7R),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69.5R), 산업통상자원위원회(-64.7R), 정무위원회(-60.0R) 순으로 분석됐다.
규제온도에 규제생성속도를 더한 '규제체감온도'는 20대 국회의 경우 -58.1R로 규제온도(-53.1)보다 더욱 낮은 상황이다. 규제체감온도는 규제완화 법안과 규제강화 법안의 비중 차이를 고려한 규제온도에 법안의 수가 증가하는 속도까지 반영한 수치다.
전경련은 일부 좋은 규제도 있지만 대부분의 규제는 기업의 활동을 제한하는 것이기 때문에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충분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불합리한 규제양산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발의법안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의원입법에 대해서도 규제영향평가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전경련은 입법이 국회의원의 고유권한이므로 의원입법이 증가하는 것 자체는 국회가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증거로 볼 수도 있지만, 입법에 따른 영향을 사전에 충분히 검토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부입법에 규제 신설·강화 내용이 포함될 경우 규제영향평가서를 작성해야 하고 입법예고·규개위 심의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반면 의원입법은 의원 10명의 찬성만 있으면 법률안을 바로 국회에 제출할 수 있어 입법에 따른 영향을 검토할 수 있는 절차가 사실상 전무하다.
추광호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불합리한 규제, 황당규제 등을 막기 위해 지난 18대, 19대 국회에서 의원입법에 대해 규제영향평가를 도입하도록 하는 법안이 제출됐으나 폐기됐다"며 "이번 국회에서는 반드시 도입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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