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대부분의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원유 수입국인데 유가가 떨어지면 소비증진 등의 혜택을 입는다. 하지만 원유 가격 하락에 따른 불이익도 있다. 바로 해외 근로자들이 보내는 송금액 감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인도,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등 중동 지역에 많은 근로자들을 보내고 있는 동남아 국가들의 시름이 커지고 있다고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올초 30달러대까지 떨어졌던 국제유가는 꾸준히 회복세를 보이며 50달러를 회복했지만 지난달 이후 다시 하락세를 보이며 40달러선이 위협받고 있다. 동남아 국가들은 유가가 100달러에 달하던 시기에 중동 지역의 원유개발·건설 붐에 힘입어 꾸준히 인력을 해외로 수출하며 이들이 보내는 송금액에 대한 의존도가 커졌다.
하지만 저유가 시기가 길어지면서 중동 원유 업체들이 잇따라 사업 축소, 구조조정 등의 비용 절감을 단행하면서 일자리를 잃은 해외 근로자들이 늘고 있다. 지난 주말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건설업체 사우디오거로부터 해고된 수천명의 인도 근로자들이 모여 체불임금 지급과 해고의 부당성을 알리는 시위를 벌였다. 사우디 주재 인도 대사관측은 자국 근로자 1만명에게 음식 등을 지급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중동 지역 노동자들이 동남아시아로 보낸 금액은 지난해 647억달러를 기록, 5년 전 366억달러에서 크게 증가했다. 하지만 올 5월까지 1년간 중동에서 방글라데시로의 송금액은 전년 동기 대비 4.1% 감소했다. 중동에서 보내오는 돈은 방글라데시 국내총생산(GDP)의 15%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네팔은 28%로 더 높다. 필리핀 정부는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에서의 송금액이 최근 수개월간 6% 줄었다고 밝혔다. 인도와 네팔, 스리랑카 등의 사정은 이보다 더 좋지 않다.
WSJ은 중동에서 3년간 일했다는 한 인도 남성 근로자의 월급이 한때 540달러에서 180달러로 줄어든 사례를 설명하면서 가장의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많은 동남아시아 가정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중동지역으로부터의 송금액이 줄어들 경우 동남아시아 경제도 충격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피치는 스리랑카의 경우 지난해 재정적자는 GDP의 2.4%를 기록했지만 해외 송금액이 없다면 재정적자 규모가 GDP의 11.1%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주나 마헨드란 스리랑카 전 중앙은행 총재는 "유가가 무너지면 송금액도 줄어든다"면서 "이에 대비한 사회적 안전망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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