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최재원 SK그룹 부회장이 3년3개월 간의 수감생활을 끝내고 29일 출소했다. 2014년 2월 횡령 혐의로 징역 3년6월형을 받은지 1192일 만이다. 하지만 '절반의 귀환'이다. 사면 복권이 되지 않으면 경영 참여에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10시께 강릉교도소에서 출소한 최 부회장은 "경제가 어려운데 일자리 창출, 경제 살리기에 미력이나마 보태겠다"며 출소 소감을 밝혔다. 향후 계획에 대해서는 "천천히 생각하도록 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최 부회장은 오너가이지만 전문경영인 이미지가 강했다. 그가 거치는 곳은 매번 뛰어난 실적을 거두며 승승장구했다. 처음 업무를 맡은 SKC에선 비디오테이프 등 사양산업을 정리해 턴어라운드에 성공했으며 2005년엔 SK E&S의 전신인 SK엘론 지분매각 과정을 주도하면서 경영능력을 인정받았다.
2009년 일평균 500~600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던 이라크에 방탄조끼를 입고 정유공장을 찾아가 원유수입 약속을 따낸 일화는 유명하다. 당시 SK그룹은 2007년 쿠르드 자치지역의 유전개발 참여로 이라크로부터 원유금수 조치를 받은 상태였다. 이같은 대담한 성격은 향후 양국이 끈끈한 관계를 이어가는 토대가 됐고 이후 SK그룹의 이라크산 원유 수입량은 30% 가까이 늘었다.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도 각별한 애정을 쏟았다. 그는 수감 전까지 사실상 그룹의 배터리 사업을 총괄했다. 2012년 1월 구치소에 수감 중인 상황에서도 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팀에 자필 편지를 보내 독려했다. 1심 판결 전 보석으로 풀려난 뒤에는 7월 직접 독일 프랑크푸르트를 방문해 글로벌 차부품사와 합작사 설립을 주도하기도 했다. 같은해 9월에는 서산 배터리 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2020년 글로벌 시장 1위를 달성하겠다"며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최 부회장이 복권이 되면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이끌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간 구축해 놓은 글로벌 인맥과 해외 경험 등을 바탕으로 에너지 분야 신성장 사업 발굴에 나설 가능성도 크다. SK그룹 관계자는 "당장 경영에 복귀하기 보단 건강을 챙기고 몸을 추스리는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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