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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무역 샌드위치, 한국]수입산 철강에 韓시장 잠식…이유는 '무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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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철강재 '무관세' 수입…중국은 관세 유지하고 있어
중국에 MES 부여해 수입 빗장도 풀어줘
韓 철강시장 수입재 점유율 40% 육박…"방어 수단 없어"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업계에선 한국 철강시장을 '완전히 오픈된 마켓'이라고 말하곤 합니다. 사실상 수입재를 방어할 수 있는 수단이 전혀 없어요"

올 5월 기준 수입 철강재는 국내 철강시장의 37.7%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산 철강재 점유율은 23.5%, 일본산은 11.6%에 이른다. 2014년(40.9%)과 비교해 비중은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40%에 육박하고 있다.


주요 철강 생산국 중 수입재 점유율이 40% 수준에 이르는 것은 한국이 유일하다. 동남아, 중동, 아프리카 등 철강산업이 발달하지 않은 나라를 제외하고 한국 보다 수입재 비중이 높은 나라는 없다. 중국은 2%내외, 일본은 10%로 비중이 낮다. 경쟁력이 상실된 미국 역시 30% 수준에 머물고 있다.


철강 내수시장이 수입재에 점령되고 있는 것은 한국이 철강을 수출하는데 그 어떤 장벽도 없는, '수출하기 쉬운' 나라이기 때문이다. 규모의 경제로 가격을 낮춘 중국이 자국내에 남아도는 물량을 헐값에 밀어내는 것도 이러한 시장환경 때문에 가능하다.


대표적인 것이 '무관세'다. 우리나라로 수입되는 철강재는 거의 대부분 무관세로 수입되고 있다. 가뜩이나 싼 중국산 철강재가 더 저렴하게 국내에 유입되고 있는 것이다. 반면 한국산 철강재를 중국에 수출하기 위해서는 3~10% 수준의 관세를 물어야 한다. 기본적으로 국내 업체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현재 한국을 비롯해 철강 수입관세가 없는 나라는 미국, 일본, 캐나다, 유럽연합(EU)에 불과하다. 이는 1993년 우루과이 라운드 합의에 따른 것이다. 세계무역기구(WTO) 출범 전 이들 국가는 무역자유화 협정을 통해 철강 섹터에서 10년 간 무관세 적용 합의를 했다. 1995년부터 10년 간 단계적으로 철강 품목에 대한 관세를 철폐한 것이다. 이후 10년이 지난 2004년 1월1일부터는 사실상 관세 0% 국가가 됐다.


당시 합의는 철강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국가들이 모여 무관세 성공모델을 보여주자는 의미에서 이뤄졌다. 하지만 20년이 지난 지금, 세계 철강환경은 많이 달라졌다. 당시 논의에서 빠졌던 중국은 철강 생산능력에 세계 최대 규모로 성장했다. 미국은 사실상 철강 경쟁력을 잃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사이 한국은 중국산 철강재의 최대 수입국이 됐다. 최근 발표된 올 6월 중국의 철강재 무역 통계에 따르면 중국은 올 상반기 총 5712만t의 철강재를 수출했다. 이중 77%는 아시아향(向) 수출로, 우리나라에 수출된 물량은 총 713만t에 달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1% 늘어난 규모다. 다른 무관세 국가인 일본은 수요산업·상사 등 연관산업 간 공고한 시스템의 영향으로 중국 철강재 수출 규모가 극히 적다. 결국 가까운데다 열린 시장인 한국으로 물량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에 시장경제국지위(Market Economy Status, MES)를 부여한 것도 수입재 비중을 늘리는데 한 몫했다. MES 부여란 교역상대국이 원가·환율·가격 등을 시장이 결정하는 경제체제를 갖췄다고 인정한다는 의미다. 우리나라는 2005년 중국에 MES를 부여해 중국산 철강제품 수입 빗장을 풀어줬다. 반면 미국 등 북미 국가들과 EU 등은 현재까지 중국에 MES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북미, EU 철강업체들은 중국에 MES할 경우 지금과 같은 반덤핑방지관세 등을 쉽게 하지 못해 중국산 수입이 급증할 것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결국 우리나라는 시장을 개방하는 장치들은 많이 만들었지만 잠식될 상황에 대비, 이를 방어할 수 있는 수단은 만들어놓지 않은 것이다. 철강협회 관계자는 "철폐된 관세를 다시 올려서 수입을 방어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라며 "품목별로 반덤핑 조치를 하는 것이 최선인데 이 역시 함부로 하기 쉽지 않은 구조"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나 수출 위주 국가인데다, 특히 대(對)중국 수출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한중 교역 관계와 조선·가전업체·자동차 등 수요업계에 미치는 영향 등도 고려해야한다"며 "비관세 장벽(관세 이외의 방법으로 수입을 제한하는 것)을 활용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중국에서 들어오는 H형강과 일본에서 들어오는 스테인리스 후판, 일본·스페인·인도에서 들어오는 스페인리스 봉강에 대해서만 반덤핑 조치를 하고 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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