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준 교수 "몇 년간 영국이 세계경제 문제의 진원지 될 수 있어"

[아시아경제 김태우 인턴기자] 23일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장하준 교수는 제주 롯데호텔에서 진행된 제41회 대한상공회의소 제주포럼 특별강연에서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로 금융 등 서비스업에서 영국 기업이 EU(유럽연합) 시장에 접근 못 하면 큰 타격을 받고 금융업 중심으로 영국에 들어오는 외국자본 흐름도 줄면서 외환위기까지 올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영국의 경우 제대로 된 계획 없이 EU 탈퇴 결정을 했는데 최소 4~5년간 엄청난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탈퇴통보 시점부터 2년간 협상하는데 2018년 4분기까지 불확실성 속에 경제가 굴러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파운드화 가치 하락과 인플레, 반이민 인종차별 정서, 정치적 갈등 심화로 전대미문의 불확실성 속에 취약한 영국 경제가 흔들릴 수 있다"면서 "한 가지 시나리오라서 알 수는 없겠지만 영국이 세계금융에서 역할이 워낙 중요해 몇 년간 세계경제 문제의 진원지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한 "한국 기업이 50년간 엄청나게 이뤘지만, 아직 갈 길이 멀고 험난하다"면서 "20년간 대단한 신산업을 개발하지 못했고 철강, 조선, 자동차, 석유화학, 전자가 자리 잡은 이후 이렇다 할 주축산업이 나온 게 없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제조업은 아직도 경제의 핵심"이라며 "서비스 생산은 실제보다 더 늘어난 것으로 보이는 착시현상도 있다. 서비스업은 성격상 수출이 제한돼 나라 경제 견인차가 될 수 없다. 하지만 제조업이 강조한다고 서비스업을 등한시하는 건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기업의 R&D(연구개발) 지출이 3.23%로 세계 1위지만 숫자만 갖고 안심할 수 없다"면서 "중국의 R&D 총액은 우리보다 커진 지 10년이 넘었다"며 "R&D 통계에 잡히지 않는 정밀화학, 소재, 정밀기술 등 장인적 기술에서 스위스,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등에 크게 뒤쳐진다. 대기업, 중소기업 협동이 필요할 때"라고 제안했다.

이와 함께 산업정책의 필요성으로 정부소유 금융기관의 지원, 정보 조달정책의 수요 보장, 기초기술 R&D 지원 등을 들면서 "미국이 기술적 우위를 점한 거의 모든 산업에 미국 정부의 연구개발 지원이 있었다"면서 컴퓨터와 인터넷(미 국방성), 반도체(미 해군), 항공기(미 공군), 생명공학(미 국립보건연구원), 아이폰 탑재기술(국방연구 지원) 등을 예로 들었다.

김태우 인턴기자 ktw1030@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