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A투어 6명, 여자는 딱 1명, 진기록 수립 후 슬럼프 '59타의 저주?'
[아시아경제 노우래 기자] 골퍼는 숫자에 민감하다.
전화번호는 1872를 선호한다. "18홀에 72타를 치고 싶다"는 로망 때문이다. 와인은 '1865'다. 비슷한 맥락이다. 18홀 65타에 대한 로망이다. 'OB 맥주'는 당연히 사절이다. "아웃 오브 바운즈(OB)가 난다"는 미신 때문이다. 선수들이 갈망하는 숫자는 '꿈의 스코어' 59타다. '골프전설' 잭 니클라우스와 아널드 파머, 타이거 우즈(이상 미국)도 넘지 못한 벽이다.
▲ "유럽은 2부 투어에서"= 니콜로 라바노(이탈리아)는 지난 16일(한국시간) 스페인 카나리제도 라고메라 인근 테키나골프장(파71)에서 열린 유러피언(EPGA)투어 챌린지(2부)투어 프레드올슨챌린지 2라운드에서 12언더파 59타를 작성했다. 이글 1개와 버디 10개를 쓸어 담았다. 전반 9개 홀은 5언더파로 평범했지만 후반에는 12~15번홀의 4연속버디에 이어 17번홀(파5)에서 다시 버디를 보탰다.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반드시 샷 이글이 필요한 상황이 됐다. 티 샷이 벙커에 빠지면서 대기록은 물거품이 되는 듯 했지만 기적이 일어났다. 두번째 샷이 그대로 홀에 들어가 59타를 완성했다. 아드리앙 모크(프랑스)가 2006년 챌린지투어에서 기록한 이후 챌린지투어에서는 역대 두번째다. EPGA투어 정규투어에서는 지금까지 59타를 친 선수가 없다.
▲ "PGA투어는 6명, 여자는 1명"=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는 6명이 '59타 클럽'에 가입했다. 알 가이버거(미국)가 원조다. 1977년 멤피스클래식 2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11개를 묶어 13언더파 59타를 쳤다. 이어 1991년 칩 벡(라스베이거스), 1999년 데이비드 듀발(밥호프), 2010년 폴 고이도스(이상 미국ㆍ존디어클래식)와 스튜어트 애플비(호주ㆍ그린브라이어), 2013년 짐 퓨릭(미국ㆍBMW챔피언십)이 가세했다.
여자는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이 유일하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메이저 10승을 포함해 72승을 거둔 '골프여제'다. 2001년 스탠다드레지스터핑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13개를 잡아내 13언더파 59타를 기록했다. 최근에는 이미향(23ㆍKB금융그룹)이 파운더스컵 첫날 전반 9개 홀에서 이글 1개와 버디 8개를 잡아내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지만 후반 버디 1개에 그쳐 10언더파 62타로 끝났다.
▲ "하고 싶어 vs 하면 망해"= '9부 능선'을 넘은 선수들은 많다. 조나탄 베가스(베네수엘라)는 지난 16일 바바솔챔피언십 2라운드에서 이글 2개와 버디 8개, 보기 1개로 11언더파 60타의 괴력을 발휘했다. 12번홀(파3) 버디와 13번홀(파5) 이글, 14~16번홀 3연속버디, 17번홀(파3) 홀인원 등 불과 6개 홀에서 8타를 줄였다. 강성훈(29)은 지난 2월 AT&T페블비치 2라운드에서 60타를 적어냈고, 필 미켈슨(미국)은 59타를 눈앞에 두고 두 차례나 좌절했다.
'59타의 저주'라는 것도 있다. 통산 9승을 올리며 승승장구하던 가이버거는 59타 이후 고작 1승을 추가하는 데 그쳤다. 벡도 마찬가지다. 지독한 슬럼프에 빠져 투어카드를 날렸고, 2부투어를 전전하다 보험 판매원으로 직업을 바꾸기도 했다. 듀발이 대표적이다. 우즈를 제압하고 세계랭킹 1위에 등극하는 등 1997년부터 2001년까지 '빅 3'로 군림했지만 허리 부상 이후 이제는 초청선수와 해설가로 간간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노우래 기자 golfm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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