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기 영업익 8조원 중 IM부문 53% 차지, 부문별 고른 성장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삼성전자 분기 영업이익이 8조1000억원을 기록한 것은 IT모바일(IM), 반도체, 소비자가전(CE) 등 '3각 편대'의 선전에 따른 결과다. 물론 '갤럭시S7'을 앞세운 IM 부문의 실적 증가가 주효했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예전과 사뭇 다른 포트폴리오를 보여준다.
과거 분기 영업이익 8조원 시대에는 전체 영업 이익 중 IM부문 비중이 최대 70%까지 달했지만 이번 2분기에는 50%대로 낮아졌다. 스마트폰만 돈을 벌고 다른 사업은 부진했던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반도체, 스마트폰, TV, 가전 등 전 분야가 선전하면서 동반 상승을 가져온 것이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강조해온 '독자생존론'과 무관하지 않다. 이 부회장은 특정 계열사나 사업에 의존하지 않고 모든 부문에서 '독자생존'을 해야 한다며 독자적인 경쟁력을 강조해왔다.
◆2분기 영업이익 8조1000억원, IM부문 비중은 53%=삼성전자가 발표한 2분기 영업이익 잠정치는 8조1000억원이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2분기 부문별 영업이익 전망치는 반도체 2조5000억원, 디스플레이 1000억원 흑자전환, IM부문 4조3000억원, 소비자가전(CE) 부문 1조1600억원으로 추정된다.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IM부문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증권사 마다 다르지만 4조3000~4조5000억원대로 집계된다. 전체 영업이익에서 IM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53% 수준이다. 역대 최저치다.
삼성전자가 분기 영업이익 8조원 이상을 기록했던 지난 2012년 3분기~2014년 1분기까지 실적 추이를 살펴보면 IM부문의 실적 비중은 최소 61%, 최대 76%를 차지했다. 올해 2분기 실적에선 IM부문과 다른 사업부문의 실적 비중이 5:5에 달한다. 특히 최근 실적 감소의 주 요인으로 지목받던 TV와 생활가전이 프리미엄 시장 공략에 성과를 보이며 1조2000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거둔 점이 주목할만하다.
이는 '갤럭시S7'의 성공이 분기 8조원 시대 탈환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지만 나머지 사업부문도 골고루 성장했다는 것을 뜻한다.
동부증권 권성률 연구원은 "분기 8조원 이상 영업이익을 누렸을 당시 IM부문은 전체 영업이익의 70% 이상을 차지하며 사업부간 불균형이 있었지만 지금은 달라졌다"면서 "나머지 사업부와 5:5 정도로 균형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독자생존' 강조하던 이재용식 경영 통했다=지난해부터 삼성그룹 경영 전면에 등장한 이재용 부회장은 그룹 전 계열사, 전 사업부문에 걸쳐 '독자생존'을 강조해왔다. 스스로 자립하지 못한다는 판단이 있을 경우 과감하게 계열사를 매각하기도 했다.
계열사 거래 비중이 높은 제일기획을 한때 매각하려 하고 삼성SDS의 물류 사업을 별도 분할하기로 검토하고 나선 것 모두 이같은 배경 때문이다.
전자계열사간의 수직계열화도 모두 풀어헤쳤다. 삼성전자는 최근 삼성전기의 카메라 모듈 대신 소니 제품을 사용하고, 삼성디스플레이의 LCD 패널 대신 중국산을 사용하고 있다. 같은 회사, 그룹 계열사라 해도 더 가격이 좋거나 기술력이 뛰어나다면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이 부회장 특유의 '실리주의'가 반영된 것이다.
이같은 이 부회장의 경영철학은 삼성전자, 그리고 IM부문의 실적이 삼성그룹 전체의 실적을 견인하는듯한 착시현상을 걷어내고 있다. 지난 2013년 IM부문이 매분기 6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삼성전자는 물론 그룹 전체의 실적을 견인했지만 나머지 부문이나 계열사 실적은 저조했다는 점이 이 부회장이 사업재편을 서두르게 만든 이유인 것이다.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는 "과거 같은 회사, 같은 그룹사라는 이유만으로 함께 성장하자던 기조는 이제 삼성 내부에 없다"면서 "경쟁력 없이 타 계열사나, 다른 사업 부문에 기대야 한다면 과감히 재편해야 한다는 것이 일련의 사업재편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브렉시트' 리스크 있지만…D램 2년만에 상승세 등 '상저하고(上低下高)' 양상='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로 인한 리스크는 상존하지만 올해 전자업계의 경기 흐름이 전형적인 '상저하고' 양상을 보이며 삼성전자는 하반기에도 분기 영업이익 7조원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투자업계가 예상한 올해 삼성전자의 연간 매출은 약 200조원, 영업이익은 약 29조5000억원에 달한다. 이미 상반기 14조78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만큼 목표치는 달성한 셈이다.
IM부문의 경우 이달 말 공개되는 '갤럭시노트7'이 '갤럭시S7'과 상승작용을 일으킬 것으로 주목된다. TV와 생활가전의 경우 프리미엄 전략에서 꾸준한 성과를 보이는 것은 물론, 최대 시장인 미국 경기가 호전세를 보이고 있어 하반기 실적 상승이 기대된다.
반도체의 경우 2년 가까이 하락하던 D램 가격이 마침내 상승세로 전환했다. 반도체 전자상거래사이트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 1년 9개월 동안 62% 하락했던 D램이 6월 들어 상승세로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3분기에는 4~8%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차별화된 공정 기술로 D램 가격 하락에도 유일하게 이익을 기록하고 있는 만큼 D램 가격 상승으로 인한 수혜폭도 클 전망이다.
지난 1분기 적자를 기록했던 삼성디스플레이도 2분기 흑자전환을 시작으로 하반기 올레드(OLED, 유기발광다이오드) 부문의 공급 확대로 실적개선이 예상된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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