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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이름 알려지면 안돼”, 수면 아래 학교급식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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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대전) 정일웅 기자] “급식업체에서 사용하는 식자재 작업대와 보관용 플라스틱 박스에 곰팡이가 있는 것을 직접 확인했다. 또 이를 학교 측에 문제제기 했지만 정작 학교에선 내부적으로 상황을 마무리했다. 문제된 상황이 외부로 알려졌을 때의 파장을 의식한다는 인상이 짙었다.”


최근 대전 소재 모 고교 학교급식 소위원회에서 활동했던 김 모 씨(50·여)의 얘기다. 김 씨는 얼마 전 지역 초교의 학교급식 문제를 접하면서 예전 기억이 떠올랐다.

지금은 어엿한 대학생이 된 아들. 하지만 아들이 고교에 다닐 당시에도 학교급식은 학부모 사이에 불안요인이었다.


일부 학교에서 질 낮은 식자재를 사용한 부실식단을 제공하는가 하면 식자재 납품업체별 위생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단 얘기들이 학부모들 사이에서 암암리에 퍼져있었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학교와 교육청 등은 각 학교 소위원회 소속 학부모가 지역 학교 급식실태와 납품업체를 실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학부모가 현장상황을 직접 확인하고 문제점을 발견했을 때는 해결과정에 동참할 수 있게 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정작 문제가 발견됐을 때 학교 등은 관련 사항을 내부에서 ‘조용히’ 마무리하는 데 급급했다는 게 김 씨의 주장이다.


“소위원회 활동 당시 학부모와 영양교사 등 6명이 냉동·수산, 축산물, 김치류 등의 납품업체를 돌아보며 현장을 실사했다”는 그는 “이 과정에서 업체 내 비위생적 환경(곰팡이)을 문제 삼아 학교에 의견을 전했다”며 “또 학부모 회의를 열어 업체의 실태를 고발하기도 했지만 정작 학교는 해당 업체의 식자재 납품을 받지 않는 선에서 상황을 종료시켰다”고 말했다.


이어 “식자재 거래를 끊는 것만으로도 업체는 타격을 입었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학부모들 사이에선 교육계의 ‘솜방망이 식 처분’에 불만이 생겼고 다른 업체도 큰 부담을 갖지 않을 수 있겠단 불안감을 가졌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교육계의 이러한 행태는 학부모들 사이에서 학교와 교육청의 ‘쉬쉬’하는 분위기로도 읽혀졌다. 긁어 부스럼을 만들었을 때 생길 파장을 우려해 내부에서 상황을 무마하려한다는 의구심이 깊어진 이유도 다름 아니다.


일각에선 교육계의 이 같은 행태가 학교급식 전반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주장도 제기한다. 대전 지역의 급식업계 종사자는 “일부 학교와 교육청 혹은 학부모까지도 (봉산초처럼) 급식문제가 이슈화 됐을 때의 파장을 의식해 문제를 겉으로 드러내기보다 내부적으로 종결하려는 분위기가 있다”며 “이런 분위기는 결국 급식업계가 ‘지나가는 소낙비는 피해간다’ 식의 안일함을 갖게 하고 견실한 업체가 문제업체와 동일시되는 또 다른 문제점을 낳는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급식문제는 결과적으로 학생들에게 전가돼 직접적인 피해를 입게 한다”며 “교육계는 학교급식을 관리·감독하는 체계를 매뉴얼로 정하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여과 없이 공개·공론화시켜 해결점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대전봉산초에서 불거진 학교급식 문제는 짧게는 1년, 길게는 5년여 간 학교급식 지속돼 왔음에도 불구하고 교육계가 적극적으로 나서 해결하지 못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학생들에게 불량급식이 제공되고 일부 조리원들의 막말이 오가는 사이에 학교는 물론 관할 교육지원청, 대전시교육청 등 유관기관이 뒷짐 진 채 수수방관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시교육청은 올해 5월 관할 교육지원청으로부터 이 같은 상황을 구두로 보고받고도 진상조사 또는 실태조사를 실시(또는 지시)하지 않았다고 대전봉산초 학부모 비상대책위원회 측은 주장하고 있다.


대전=정일웅 기자 jiw30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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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웅 기자 jiw30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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