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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 속에서 죽은 '검사 아들' 내일이 49재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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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남부지검 검사 자살 사건 논란 확산…검찰총장 "인격적인 모욕감 줘서는 안돼"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고통 속에서 죽은 우리 아들을 생각하면 피를 토하고 싶다. 내일이 49재인데…."


5일 오후 서울지방변호사회 대회의실. 지난 5월19일 세상을 떠난 서울남부지검 김모 검사(33)의 어머니 이모씨는 피를 토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는 김 검사의 사법연수원 동기들과 여러 언론사 취재진들이 모여 있었다.

이씨는 "평생 공부만 하다 죽은 우리 애가 불쌍해서…법을 다루는 (검찰은) 정의가 살아 있어야 하는데"라고 말했다. 이씨는 검사 아들을 뒀다. 그 어렵다는 사법시험을 통과한 것은 물론 우수한 사법연수원 성적으로 검사가 된 아들이다.


그것도 신임 검사들이 선호하는 서울권 검찰청 근무를 하던 아들이다. 하지만 그 아들은 지금 세상에 없다. 5월19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나중에 이씨가 김 검사 거주지를 찾았을 때 책상 위에는 컵라면이 놓여 있었다고 한다. 제대로된 식사도 하지 못한 채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으며 세상을 떠난 아들의 모습을 생각하면 더 마음이 아플 수밖에 없었다.

"고통 속에서 죽은 '검사 아들' 내일이 49재인데…" 사진=아시아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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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아들이 왜 죽었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는 점이다. 유서를 남기기는 했지만, 아들의 심리 상태가 그곳에 모두 담길 수는 없었다. 김 검사 가족들은 대검찰청에 탄원서도 넣었다. 김 검사의 사법연수원 제41기 동기들도 진상규명 움직임에 동참했다.


5일 기자회견도 연수원 동기들이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고자 마련된 자리다. 무려 712명의 동기 법조인이 그 뜻에 동참했다. 변호사는 물론 현직 판사와 검사인 동기들도 있었다.


김 검사가 죽음을 선택하기 전 지인들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가 언론을 통해 세상에 알려지면서 의혹은 확산하고 있다.


지인에게 보낸 메시지에는 상사인 김모 부장검사의 폭언·폭행 의혹이 담겼다. 당사자인 김 부장검사는 자신을 향한 의혹을 부인하고 있지만, 김 검사 가족과 연수원 동기 등은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나선 상태다.


연수원 41기 동기회는 "부모님과 친구들과 직장동료들이 있었기에 업무 스트레스만으로는 자신의 목숨을 버릴 사람은 결코 아니었다"며 "김 검사의 죽음에 관한 진실을 철저히 규명하고 그 죽음에 책임이 있는 자를 엄벌할 것을 대검에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대검찰청은 감찰본부 차원에서 사건 조사에 나선 상태다. 법조계 안팎에서 이번 사건을 둘러싼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흐름이 이어지면서 검찰도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않고 있다.


대검은 김 검사의 자살 배경으로 극심한 업무량에 따른 스트레스 문제를 주목하고 있다. 폭언·폭행 의혹 등 추가 제기된 문제를 살펴봐야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유서 내용이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김수남 검찰총장은 5일 오전 확대간부회의를 통해 "상사나 선배가 감정에 치우쳐 후배를 나무라거나 인격적인 모욕감을 주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 검사 사건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의미 심장한 내용이 담긴 당부를 검찰에 전한 셈이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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