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중국)=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지드래곤의 '삐딱하게'에 맞춰 색색깔의 물폭탄이 쏟아진다. 가상현실(VR) 기기를 쓰고 박자에 맞춰 허공에 손을 휘저으며 물폭탄을 받아내는 관람객. 이 모습이 재미있어 보였는지 순서를 기다리는 긴 줄이 끝도 없이 늘어져 있다.
6월29일부터 7월1일(현지시간)까지 3일간 중국 상하이 푸둥지구 뉴인터내셔널엑스포센터(SNIEC)에서 개최된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상하이 2016'는 그야말로 VR 게임의 천국이었다.
너도 나도 VR기기를 하나씩 쓰고는 허공에 손을 휘저으며 게임에 몰입해 있는 모습이 우습기도 하고 재미있어 보이기도 한다. 수많은 관람객들이 모여들어 기기 한 번 써 보려면 30분 이상 기다리는 것은 기본이다.
활 시위를 당기는 시늉을 하면서 활을 쏘는 사람도 있고, 바퀴가 달려 흔들거리는 기기에 올라서서 총탄을 피하고 총을 쏘기도 하면서 게임에 한창이다. 자전거 위에 올라 VR기기를 쓰고 스릴 넘치는 길을 따라 달리는 관람객의 입가에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손에 끼는 VR 글러브까지 총동원 돼 관객들의 감각을 자극했다.
손에 착용하는 SENSO의 VR을 착용한 한 관람객은 가상현실 속으로 들어가 손을 꼼지락거리며 도자기를 빚기도 하고 도화지에 그림도 그리면서 "신기하다"를 연발했다.
전시관에서 특히 돋보인 기업은 대만 스마트폰 제조사인 HTC다. 수십여 개의 VR 콘텐츠 라인업으로 관람객들을 즐겁게 만들었다. 특히 몸을 움직이면서 할 수 있는 역동적인 게임 콘텐츠들이 관람객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일반 관객들의 관심이 VR에 모아졌다면 이번 전시는 기업들간의 긴밀한 교류의 장이 되기도 했다.이번 행사에는 황창규 KT 회장과 장동현 SK텔레콤 사장 등 국내 통신업계 주요 임원들이 참석해 중국 모바일 기업들과 긴밀한 관계를 다지기도 했다.
황 회장은 자사 전시장도 제쳐놓고 29일 오전 개막 3분전 중국 통신장비 및 스마트폰 제조업체 ZTE 전시장을 찾았다. ZTE의 5G, IoT, 가상현실(VR) 기술 시연을 직접 체험하면서 장시간을 이 회사 부스에서 보냈다.
이어 화웨이 전시장을 찾은 황 회장은 김학수 한국화웨이 부사장 등과 인사를 나누면서 이 회사의 신제품 노트북ㆍ태블릿 겸용 PC 등 제품 하나 하나에 관심을 보였다. 황 회장은 이렇게 중국 기업 부스에서만 30분 이상을 할애했다.
장 사장 역시 중국 기업의 투자유치를 이끌어 내는 데 집중했다. 장 사장은 같은 날 중국 2위 통신사인 차이나유니콤과 SK텔레콤이 육성하고 있는 벤처기업인 와이젯과 이지벨의 투자 유치 협약식에 참석했다.
SK텔레콤과 차이나유니콤은 지난해 11월 상하이에서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와 함께 양국 벤처기업의 공동 육성에 합의했다. 이후 SK텔레콤은 중국 시장 성공 가능성이 높은 벤처업체들을 지속적으로 차이나유니콤에 추천해왔다.
그 성과로 와이젯과 이지벨은 이번 행사에서 차이나유니콤으로부터 각각 9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올해 전시에서 국내 통신사들은 자사 기술 전시보다 스타트업 소개에 더욱 공을 들였다.
SK텔레콤과 KT는 스타트업에 전시장을 내주고 슬쩍 뒷전으로 물러나 있었다. 5G 통신과 IoT 기술을 향한 경쟁 보다는 대기업과 중소 벤처 간 밀고 끌어주는 모습이 돋보였다.
SK텔레콤은 이번 'MWC 상하이'에서 육성벤처 14개 업체만을 위한 전시관을 구성하고 국내 벤처의 글로벌 도약을 위한 지원에 발벗고 나섰다.
전세계 주요 IT업체들이 참여하는 대규모 전시회에 벤처업체만으로 참가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참여 스타트업 중 와이젯은 게임업계가 주목하는 무선 무(無)지연 고속영상전달 솔루션을, 플라즈맵은 플라즈마 멸균 기능을 활용한 의료용 스마트 패키지를 선보였다.
또한 반려동물을 위한 패밀리의 스마트 펫 토이 '프렌즈봇', 이지벨의 3D 셀피 플랫폼, 버드레터의 캐릭터 기반 차세대 모바일 메시징 플랫폼 '버드레터' 등 앞선 기술력을 갖춘 스타트업들의 다양한 제품들이 전시됐다.
KT 역시 이번 행사에서 스타트업 제품과 서비스를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스프링웨이브(정밀시각 동기화 기술), 이에스엠랩(입체 화면을 추출하는 특수촬영), 미래엔씨티(주차공간 안내) 등 3개 업체가 KT 전시장을 다채롭게 만들었다.
특히 이에스엠랩의 4차원 '타임슬라이스' 기술은 국내외 관계자들의 큰 주목을 받았다. 타임슬라이스 기술은 한 번의 사진 촬영으로 마치 매트릭스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다각도의 화면을 선보였다.
정홍수 이에스엠랩 대표는 "타임슬라이스 기술은 현재 국내 프로야구 중계에서 실제로 적용 중이며 최단시간에 4차원 영상을 제작하는 세계적인 기술"이라면서 "기존 방송 산업에서의 촬영 패러다임을 바꾸는 새로운 영상 세상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아시아 최대 이동통신 박람회 'MWC 상하이 2016'은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에서 주관하는 행사로 2012년 처음 시작돼 올해로 5년째 열리고 있다. 올해 전시에는 AT&T 모빌리티, 바이두, 차이나 모바일, 차이나 텔레콤, HTC 등 1000여개의 기업이 참여했다.
상하이=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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