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정부가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포함한 하반기 경제 운용 계획을 발표하면서 향후 국회 논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야는 추경 편성 필요성에는 공감을 하고 있지만, 추경 시기와 내용 등 각론에선 의견 차이를 보이고 있어 국회통과를 위해 넘어야 할 산이 산적해 있는 상황이다.
우선 여야가 가장 큰 의견 차를 보이는 것은 추경의 국회통과 시기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경기 불황 탈출과 산업 구조조정을 위한 확장적 재정 정책이 필요하다며 조속한 국회통과를 주문하고 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만약 국회에서 빨리 정리되지 않고 오는 8월1일을 넘어간다든지 하면, 본예산보다 3~4개월 빨라지므로 추경 무용론이 제기될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정부의 고속 추경론에 브레이크를 걸고 나섰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정부 대응도 기가 막힌다. 장관은 7월 초까지 추경이 통과돼야 효과가 있다고 말하는데, 정부 관계자는 추경을 편성하려면 한 달이 걸린다고 한다"며 "어떻게 7월 초순에 통과를 시킬 수가 있겠나. 장관은 현실을 알고 주장하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작년 '메르스 추경안'은 국회에 제출된 지 18일 만인 7월 24일통과됐다. 2008년과 2009년, 2013년 추경 때 국회 제출에서 통과까지 평균 47일이 걸린 것을 감안하면 국회에서 굉장히 빨리 처리된 셈이다. 이처럼 추경이 빠른 속도로 국회 문턱을 넘은 것은 당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등으로 경제상황이 그만큼 심각한 데 대해 여야가 공감대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올해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Brexitㆍ브렉시트)로 인한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이기 때문에 정치권의 '시기' 논쟁이 길어지면 추경의 효과를 반감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야권이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는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 포함은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야당은 추경에 누리과정 예산이 포함되지 않는다면 추경의 국회통과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더민주 소속 김현미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은 최근 "추경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추경을 하게 된 원인 중 하나가 누리과정 예산이므로 추경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유 부총리는 재정보강이 일자리창출과 민생안정 분야에 반드시 국한돼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 이미 누리과정 예산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각 교육청이 교부금을 활용해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추경에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한다면 시ㆍ도 교육청들의 요구를 수용하는 셈이 된다. 김광림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누리과정에 대해 "정부에서 추경 편성을 어떻게 하느냐가 문제"라며 "판단은 정부에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국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확대된 상황에서 추경 편성에 대한 각론을 놓고 옥신각신하는 모습을 보일 경우 자칫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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