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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의 정신세계에 다가가는 열쇠를 쥘 수 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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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세종문화회관 '꿈을 그린 화가' 호안 미로 특별전 기자간담회

"미로의 정신세계에 다가가는 열쇠를 쥘 수 있을 것" 호안 푸녯 미로, 프란시스코 코파도 재단장, 필라르 바오스 큐레이터(사진=윤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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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온유 기자] "나는 마요르카 섬에서 할아버지의 마지막 15년과 함께할 수 있는 행운을 누렸다. 그는 너그럽고 친절한 사람이었다. 부엌에서 연필과 종이를 쌓아놓고 밤새 그림을 그리는 할아버지에게 어느날 이렇게 물었다. '왜 그렇게 그림을 매일 매일 그려요?' 할아버지가 그러시더라. '복서가 매일 복싱 연습을 하는 것처럼 미술가인 나도 내 손을 자유롭게 하기 위해 매일 밤새 그림을 그리는 거란다.'"(호안 푸녯 미로)

'저물수록 더욱 뜨거웠던 미술가' 호안 미로 특별전이 26일 세종문화회관에서 개막했다. 미로는 파블로 피카소, 살바도르 달리와 함께 스페인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미술가다. 그는 화려하고 명료한 색채, 자연과 인체를 상징화한 기호로 어느 계파에도 한정되지 않는 독창적인 화풍을 선보였다.


전시는 미로가 1956년부터 1981년 사망할 때까지 세상과 단절하고 마지막 예술 인생을 불태운 곳, 스페인 마요르카 섬에서 탄생한 작품들로 구성됐다. 아시아와 유럽을 통틀어 가장 큰 규모의 미로 전시다. 유화와 드로잉, 콜라주, 일러스트, 테리스트리 등 다양한 분야의 작품 총 264점을 선보인다. '호안 미로 마요르카 재단'과 미로의 유족이 경영하는 '석세션 미로'가 힘을 모았기에 가능했다.

"미로의 정신세계에 다가가는 열쇠를 쥘 수 있을 것" 호안 푸녯 미로, 프란시스코 코파도 재단장, 필라르 바오스 큐레이터(사진=윤동주 기자)


27일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는 미로의 손자인 호안 푸녯 미로(석세션 미로 대표)와 호안 미로 마요르카 재단의 프란시스코 코파도 재단장, 필라르 바오스 마요르카 큐레이터, 이승엽 세종문화회관 사장이 참석했다.


프란시스코 코파도 재단장은 "호안 미로는 20세기를 대표하는 예술가로 그의 예술적 창조력과 혁신이 현대미술에 미친 영향은 상당하다"며 "이번 특별전은 미로가 마요르카에서 만든 작품 중 가장 뛰어난 것들을 선별해 구성했다"고 말했다.


호안 푸녯 미로는 "엄선된 작품과 도록에 수록된 글들을 통해 관람객이 할아버지의 예술세계에 더욱 가까이 갈 수 있길 기대한다"고 했다.


마요르카에서의 미로는 그 어느 때보다 자유로웠다. 이미 예술가로서 세계적 명성을 얻은 미로는 그곳에서 오직 자신만의, 자신을 위한 미술을 했다. 자연, 꿈, 인체, 문자, 시, 음악 등 가장 일상적인 소재를 그만의 방식으로 그려냈고 끊임없이 개작했다.


필라르 바오스는 "이때의 미로는 규칙위반자였고 반체제주의자인데다 과격했고 야생적이었다. 반면 시적이고 사려깊었다. 관람객은 이 전시를 통해 여러 모습이 공존하던 미로의 정신세계에 더욱 가까이 다가가는 열쇠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호안 푸녯 미로는 안익태 선생과 미로의 특별한 인연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할아버지는 1950년대 마요르카에서 한국의 위대한 음악가이자 작곡가인 안익태 선생과 만났다. 두 사람은 이웃사촌으로 산책하는 도중 만나 음악과 미술,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며 "마요르카에서 교향악단을 만든 안익태 선생의 공연에도 참석하는 등 예술을 매개체로 문화를 교류했다"고 했다. 호안 푸녯 미로에 따르면 당시 안익태 선생은 스페인에 거주하는 유일한 한국인이었다.


"미로의 정신세계에 다가가는 열쇠를 쥘 수 있을 것" 호안 미로 특별전 개막(사진=윤동주 기자)


미로의 작품들을 하나의 사조로 정의하긴 어렵다. 미로의 그림에는 야수주의, 입체주의, 초현실주의가 모두 스몄다. 또한 '붓글씨'를 떠올리게 하는 동양화적 요소도 들어있다. 안익태 선생과의 인연과 더불어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만국박람회, 프랑스 파리에서 생활하던 시절 동양 미술가들과의 교류 등이 관련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도쿄에서 회고전을 열며 일본 서예가들의 영향을 받기도 했다.


전시는 5개 주제로 나뉜다. 섹션 1 '호안 미로 작품의 근원'에서는 자연과 교감하고자 했던 미로의 욕구가 만들어낸 작품을 선보인다. 섹션 2 '시, 기호, 리듬, 절제와 명상'에는 단어와 비문, 기호로 일종의 마법을 표현한 그의 그림들이 전시된다. 섹션 3 '마요르카, 창조적 공간'은 미로의 작업실을 재구성했는데 그의 손때가 묻은 미완성작, 미술 도구들이 함께 놓인다. 섹션 4는 '말년의 열정-독창적 색과 표현', 섹션 5는 '자연의 도식화'를 주제로 구성된다.


필라르 바오스는 "미로의 작품 특히 마요르카에서 만든 작품들은 세상의 취향이나 유행을 쫓지 않았다. 그는 그림을 통해 보는 이들에게 충격을 주고자 했다. 우리는 이 전시에서 그의 강렬한 창조력이 살아숨쉬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6월26일부터 9월24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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