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라구람 라잔 인도중앙은행(RBI) 총재(사진)가 연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중앙은행의 독립성에 대한 논란이 다시 한번 달아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라잔 총재는 지난 18일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정부와 논의한 끝에 오는 9월4일 임기가 끝나면 학계로 돌아가려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라잔 총재의 실질적인 사임을 결정한 이유는 모디 정부 그리고 집권 인도국민당(BJP)과의 갈등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라잔 총재는 2013년 9월 임기 3년 RBI 총재에 취임했다. 하지만 이듬해 성장 우선주의 정책을 표방한 나레드라 모디 정권이 출범하면서 정부와 불편한 관계가 계속돼왔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강조했던 라잔 총재는 정부의 공격적인 경기부양 요구를 거부하면서 갈등을 빚었다. 라잔 총재는 통화정책 결정 방식 개편 문제를 두고도 정부와 충돌했다. 라잔 총재는 통화정책 위원회의 위원 과반을 RBI가 추천하는 방식을 원했으나 정부는 과반을 정부가 임명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대립했다.
집권 BJP의 지지 기반인 힌두교 극우단체 민족의용단은 공개적으로 라잔 총재의 연임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라잔 총재는 소고기 판매 금지 문제로 RSS와 정면충돌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소를 잡아먹었다는 소문 때문에 힌두교도들이 무슬림을 집단 구타해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는데 당시 라잔 총재는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타인에 대한 관용과 이해가 필요하다"며 RSS를 겨냥했다.
라잔 총재는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명성 그대로 뛰어난 역량을 보여줬다. 라잔 총재 취임 당시 10%를 넘었던 인도의 물가 상승률은 현재 5%대로 낮아졌다. 인도는 지난 1분기에 7.9%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라잔의 전임 총재 네 명은 모두 임기 연장을 통해 5년 안팎의 기간 동안 RBI 총재를 역임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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