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회장, 83엔으로 시작한 껌 사업에서 재계5위로
대표자리서 물러나는 수모..롯데타워완공도 무산 위기
[아시아경제 임혜선 기자]롯데그룹이 검찰의 사정(司正) 대상에 오르면서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평생 숙원사업인 월드타워 완공도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검찰은 신격호 총괄회장 일가가 롯데의 지주회사 격인 호텔롯데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을 포착해 지난 10일 서울 소공동 롯데그룹 본사와 계열사 등 17곳을 압수수색했다.
1922년 경남 울산 태생인 신 총괄회장은 1941년 83엔을 들고 일본으로 건너갔다. 1945년께 일본 도쿄에 공장을 짓고 비누크림을 만들어 팔면서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1948년 제과회사인 롯데를 설립했다. 미군이 일본에 주둔하면서 껌 사업이 활성화되자 신격호 총괄회장은 껌 사업에 뛰어들었다. 1961년에는 초콜릿 사업에 뛰어들고 비스킷 등 제과 부문으로까지 사업 영역을 넓혔다.
1965년 한일수교로 한국에 대한 투자가 가능해지면서 신격호 회장은 1967년 국내에 롯데제과를 설립했다. 이어 호텔롯데(1973년)와 롯데칠성음료(1974년), 롯데삼강(1977년), 롯데쇼핑(1979년),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1979년) 등을 창업하거나 인수했다.
1988년에는 서울 잠실에 호텔 롯데월드를 개관, 호텔롯데를 세계적인 호텔로 육성했고 호텔롯데 면세점도 개점했다. 1990년대에도 편의점(코리아세븐), 정보기술(롯데정보통신), 할인점(롯데마트), 영화(롯데시네마) 등으로 사업 다각화했다. 2010년에는 그의 평생의 숙원사업으로 여겨졌던 제2롯데월드와 롯데월드타워 건립에 나섰다. 롯데는 계열사 80개를 거느린 재계서열 5위 기업으로 성장했다.
2014년 10월 제2롯데월드의 저층부를 개장할 때만 해도 신 총괄회장의 염원사업은 이뤄질 것으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 형제의 난이 시작되면서 어긋나기 시작했다. 신 총괄회장은 올 3월 그룹의 모테인 롯데제과 등기이사에서 물러났다. 호텔롯데 등기이사직에서도 물러났다.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 롯데월드타워 완공도 미뤄질 수 있다. 특히 월드타워점의 총 책임자인 노병용 롯데물산 대표가 유해한 가습기 살균제 제조 판매했다는 이유로 구속된 상황이어서 일정상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부장검사)은 11일 노병용 롯데물산 대표 등 5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구속했다. 노병용 대표는 1979년 롯데백화점에 입사해 38년간 백화점, 마트, 건설 사업을 맡아 키워 온 '롯데맨'이다.
롯데그룹은 노 대표의 구속으로 월드타워 완공 일정에 차질이 생길 수 있어 대책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