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은행 자본확충펀드 청사진은 나왔지만
정부 1조원 주식 출현…한전 등 후보군
한은 신용보증기금 재원 확보 떠맡아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정부가 공개한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구조조정 방안에 아직 확정하지 못한 공백이 있다. 정부의 현물출자 대상 선정과 국책은행 예산 확대 규모, 한국은행의 보증 규모 등이다. '혈세 투입'이라는 지적은 물론 향후 협의에서 논란꺼리가 될 '목의 가시'다.
9일 관계 부처 등에 따르면 정부는 9월까지 수출입은행에 1조원 규모의 현물을 출자키로 했다. 1분기말 기준 수은은 국제결제기준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9.9%를 기록했다. 자기자본보다 위험가중자산액이 10배 이상 많다는 의미로, 2분기 만에 10%대 붕괴가 재연됐다.
지난달 KDB산업은행은 수은에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주식 5000억원을 현물출자하면서 지원에 나섰다. 그러나 정부는 앞으로 조선·해운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수은의 BIS 비율이 다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 하에 이번 현물출자를 결정했다.
상장기업 가운데 정부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주식은 한국전력(18.2%), 기업은행(51.8%), 한국가스공사(25.1%) 등이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LH(87.2%) 등이 거론되고 있다. 어떤 주식을 출자할 것인지는 가치평가 작업을 통해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중장기적으로 1조원 출자도 부족할 것이라는데 있다. 정부는 수은 BIS의 목표를 10.5%로 설정했다. 앞서 산은의 출자로 수은 BIS가 0.35% 높아진 것을 감안, 이번 출자로는 0.7%를 끌어올릴 수 있다. 단순 계산하면 10.95%로 근소하게 목표를 상회하게 된다.
구조조정 부담 떠앉은 국책은행
내년 예산 늘릴 듯…'혈세 동원' 논란 직면
그러나 조선, 해운에 이어 철강, 건설 등 구조조정이 확대될 경우 국책은행의 BIS가 다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정부는 내년 예산에 산은과 수은의 출자를 반영키로 했다. 결국 혈세를 동원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정부는 아직까지 그 규모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예산안 심의가 시작되지 않았다는 설명이지만 향후 수조원의 혈세가 들어갈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과제는 국책은행 자본확충펀드 조성을 위한 한은의 신용보증기금 출연 규모를 확정하기 못했다는 것이다.
한은은 기업은행에 10조원을 대출하면, 기은은 이를 다시 펀드로 재대출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신보가 지급보증을 하는데 신보 재원확보를 한은이 담당하게 된다. 과정은 복잡하지만 한은의 대출을 한은이 지원하는 구조다. 발권력 동원을 반대하는 한은이 신보 재원확보에 얼마를 지원할지 논란의 불시로 남았다.
이외에도 대량실업 등을 통해 위기가 번질 경우 한은의 출자 여부를 두고 정부와 한은간 갈등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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