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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만리]철책선·지뢰밭…상흔이 지켜준 원시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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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준의 여행만리-호국보훈의 달, 강원도 양구를 가다

[여행만리]철책선·지뢰밭…상흔이 지켜준 원시자연 강원도 양구 두타연 산소길에서 마주한 풍경은 차분하다. 길옆에 핀 꽃과 전쟁의 상흔이 남긴 빨간색 '지뢰' 표지판과 녹슨 철모가 걷는내내 가슴을 울린다. 그러나 때 묻지 않은 자연 속을 거닐다 보면 아픔은 어느새 사라지고 없다. 두타연 산소길은 빼어난 계곡과 폭포를 감상할 수 있는 생태탐방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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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만리]철책선·지뢰밭…상흔이 지켜준 원시자연 두타연 산소길 곳곳에서 마주한 빨간색 '지뢰' 표지판이 전쟁의 상흔을 보여주고 있다.

[여행만리]철책선·지뢰밭…상흔이 지켜준 원시자연 금강산에서 발원해 두타연으로 흘러내리는 물줄기가 잘록한 허리의 한반도지형을 보이고 있다.

[여행만리]철책선·지뢰밭…상흔이 지켜준 원시자연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멸종위기종 산양을 복원하는 '양구산양증식복원센터'. 자유롭게 뛰노는 산양을 만날 수 있다.

[여행만리]철책선·지뢰밭…상흔이 지켜준 원시자연 두타연 계곡을 가로지르는 두타교 출렁다리.


[아시아경제 조용준 여행전문기자]고즈넉하다 못해 적막합니다. 길섶에 핀 야생화와 전쟁의 상흔이 남긴 빨간색 '지뢰' 표지판에 가슴이 떨립니다. 산새들의 지저귐과 바람결에 스치는 나뭇잎의 울림만이 적막감을 깨울 뿐입니다. 한 발 내딛습니다. 금강산에서 흘러온 물은 허리 잘록한 한반도를 그리며 바위틈 사이를 돌아갑니다. 66년전 천지를 진동하던 포탄소리의 아픔은 두타연 비경속에 오롯이 담겼습니다. 을지전망대에 오릅니다. 해발 1100m가 넘는 산등성이가 사방을 둘러싸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움푹한 곳에 마을이 있습니다. 해안면입니다. 한국전쟁 당시 독특한 지형을 보고 외국 종군기자가 펀치볼이라 부른 데서 유래한 마을입니다. 해안면보다는 펀치볼이라는 별명이 더 익숙한 곳입니다. 마음이 숙연해지는 6월. 굳이 기념관을 찾지 않더라도 마음 한 구석엔 추모의 기운이 피어납니다. 그래서 이번 여정은 강원도 양구로 잡았습니다. 전쟁의 상처가 남아 있는 DMZ(비무장지대)와 그 길을 따라 걷는 산소길. 펀치볼, 제4땅굴 등 전쟁의 아픔을 따라 가는 여정입니다. 전쟁의 흔적만 있는것은 아닙니다. 천연기념물인 산양을 복원하는 산양증식복원센터와 박수근 미술관, 이해인수녀 시문학관, 광치계곡 등 다양한 볼거리가 넘쳐납니다.

DMZ 민통선(민간인출입통제선) 내에 위치한 두타연을 간다. 60여년전 아픔을 아는지 하늘은 금방이라도 비를 쏟아낼 듯 무겁게 내려앉아 있다.

[여행만리]철책선·지뢰밭…상흔이 지켜준 원시자연 두타연 폭포

탐방은 두타연갤러리(이목정안내소)에서 시작된다. 배우 소지섭의 사진과 의상이 전시되어 있다. 그는 양구를 다룬 드라마에 출연한 것이 인연이 되어 DMZ를 배경으로 한 사진 에세이를 출판했다. 양구군은 그가 좋아하는 숫자 51에 착안해 총 51km '소지섭길'을 만들었다. 두타연도 그 코스 가운데 하나로 산소길이라 불린다. 때 묻지 않은 자연 속을 거닐고 빼어난 계곡과 폭포를 감상할 수 있는 생태탐방길이다.


두타연 출입신청과 태그(위치추적목걸이)를 받아 민간인통제선으로 들어간다. 차량은 포연처럼 하얀 먼지를 꼬리에 달고 비포장도로를 달린다. 도로 옆 신록이 들어앉은 숲은 울창하다. 길을 따라 금강산에서 흘러내린 수입천의 맑은 냇물이 북쪽 소식을 전해준다.

주차장을 지나 걸어서 10여m를 내려서자 폭포소리가 세차다. 두타연이다. 1000년 전 이곳에 있었던 절 두타사에 연유된 두타연은 20m 높이의 바위가 병풍을 두르고 있다. 폭포수를 받는 소는 푸르다 못해 검은빛이 감돌고 바위마다 물이끼를 이불처럼 덮고 있다.


몇 일전 내린 비로 두타연은 몸집이 불었다. 한바탕 쏟아 부은 비가 느슨하게 졸졸거리던 물의 정신을 번쩍 깨운 듯하다.


두타연은 물고기들의 천국이다. 천연기념물인 열목어와 금강모치, 쉬리, 꺽지, 버들치 등도 이 물길의 주인들이다.

[여행만리]철책선·지뢰밭…상흔이 지켜준 원시자연 을지전망대


폭포에서 50m 아래에 수입천을 건너는 출렁다리(두타교)방향으로 길을 잡았다. 이 길은 두타연 소를 끼고 올라 수입천 상류로 이어진 탐방로를 따라 가다 전망대로 내려온다. 쉬엄쉬엄 걷더라도 1시간 30분이면 족하다.


탐방로에 들어서자 길 양쪽으로 늘어선 녹선 철조망에 역삼각형의 붉은색 '지뢰' 표지판이 보인다. 한국전쟁 당시 뿌려진 지뢰들이 지금껏 이곳에 묻혀 있단다. 여전히 분단의 최북단 현장임을 보여준다.


출렁다리를 건너면 나무데크로 이어져 걷기에 편하다. 나무사이로 보이는 두타연물길이 시원하다. 더위를 참지 못한 탐방객들이 물가에서 손을 담가본다.


500여m 올라가 돌다리를 건너 전망대에 올랐다. 3단 바윗골을 따라 이리저리 용틀임치는 물줄기가 장관이다. 통일을 염원하듯 물줄기는 바위 틈에서 한반도 지도를 그리며 장쾌하게 쏟아진다.


1시간여의 탐방길이 아쉽다면 비포장길을 따라 4km 더 갔다가 내려오는 트레킹도 좋다. 남북이 갈라지기 전 양구 주민들이 금강산 장안사로 나들이를 다녔던 길이다. 여기서 내금강까지는 35여km다.

[여행만리]철책선·지뢰밭…상흔이 지켜준 원시자연 산양증식복원센타


을지전망대도 찾아보자. 해발 1100m가 넘는 산등성이가 사방을 둘러싸고 있다. 북쪽으로 바라보면 전망대 아래 삼중으로 된 철책이 보이고 그 너머는 DMZ다. 철책만 없다면 여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산의 모습이지만 가슴아픈 역사의 현장이다. 고개를 돌리면 해안면이다. 마을의 평균 고도는 400~500m, 면적은 여의도의 6배가 넘는다. 한국전쟁 당시 해안분지의 독특한 지형이 화채 그릇 같다고 종군기자가 펀치볼이라 부른 데서 유래했다.


1990년에 발견된 제4땅굴도 있다. 총 길이 2km 남짓, 군사분계선에서 1km 정도 남쪽으로 내려온 곳이다. 북한 측이 판 땅굴에 이르기까지 우리 측이 판 굴을 걸어서 들어간다. 제4땅굴에 이르면 미니 열차를 타고 내부를 둘러본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산양을 코앞에서 보고 싶다면 산양증식복원센터로 가보자. 멸종 위기에 처한 산양을 보호하고 개체 수를 늘리기 위해 자연 암벽 지대에 만든 센터다. 사람이 다가가면 멀찍이 피하는 녀석도 있고, 아랑곳없이 풀을 뜯는 녀석이나 사람에게 다가오는 대담한 녀석도 보인다.

[여행만리]철책선·지뢰밭…상흔이 지켜준 원시자연 박수근미술관


양구는 문학여행지로도 손색이 없다. 박수근미술관에 가면 거칠게 깎은 화강암을 쌓아올린 건축물에서 작가의 화풍이 느껴진다. 박수근의 삶과 가족에 대한 전시물을 둘러보고 안쪽으로 들어서면 그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양구에서 태어난 이해인 수녀를 기리는 시문학관도 있다. 시인의 육필 원고와 시집, 소장품 등을 전시한다. 이곳에서 조그맣게 시를 읽어보자. 아름답고 평안한 시구들이 안보, 지뢰, DMZ 같은 단어로 바짝 긴장했던 마음을 평화롭게 다독인다.


양구=글 사진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jun21@asiae.co.kr


◇여행메모
△가는길=
수도권에서 가면 경춘고속도로 타고 가다 춘천분기점에서 중부내륙고속도로로 바꿔 타고 춘천으로 간 뒤 46번 국도 따라 양구로 간다. 서울에서 2시간여소요.


△트레킹 및 안보견학신청=두타연은 평일에는 하루 전, 주말에는 금요일 오후 1시 전까지 양구군 문화관광 홈페이지(www.ygtour.kr)에서 출입 신청을 해야 한다. 개인 방문자는 두타연갤러리에서 하루 두 차례(오전 10시, 오후 2시) 서약서와 입장료를 내고 문화해설사와 함께 들어간다. 문화해설사 없이 개별 입장은 불가능하니 시간을 지킬 것. 이목정안내소 033-482-8449, 을지전망대와 제4땅굴은 해안면 소재지에 있는 양구통일관에서 신청. 당일 오후 4시까지 가능하다.


[여행만리]철책선·지뢰밭…상흔이 지켜준 원시자연 콩당백반

△먹거리=양구읍에 있는 동문식당(033-481-1057)은 콩탕백반(사진)으로 유명하다. 콩을 갈아 사골육수함께 끓여 내는데 담백하고 구수한 맛이 일품. 계절요리로 묵은지와 시레기찜도 잘한다. 석장골오골계식당(033-482-0801)은 갖은 양념에 재워 놓은 오골계를 숯불구이에 구워 먹는다. 광치휴양림 가는 길의 광치막국수(033-481-4095)는 시원하고 부드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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