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 검찰이 총 시가 300억원대 외제 차량들을 무더기 압수하면서 해당 차량들의 운명(?)에도 관심이 쏠린다.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부장 최기식)는 1일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평택센터에서 압수한 차량은 3개 차종 956대다. 압수 대상 차종은 1.6ℓ EA288 엔진을 장착한 2016년식 아우디A1(292대)·A3(314대), 폭스바겐 골프(350대) 등으로 유럽의 강화된 배출가스 환경기준인 '유로6' 인증이 적용됐다. 숫자도 많고 물건도 큰 탓에 이들 압수 차량은 다른 곳으로 옮겨가지 못하고 야적장에서 '딱지'가 붙어 꼼짝 못하는 신세가 됐다.
검찰은 아우디 차량 2종의 경우 수입 전 사전 환경인증을 받지 않았고, 골프 차량의 경우 인증은 취득했으나 배출가스 허용기준을 초과하는 등 문제 차종들이 대기환경보전법에 어긋난다고 보고 있다.
통상 범죄물품 등 압수물은 법원·검찰의 처분에 따라 몰수 대상이 된다. 경제적 가치가 있는 몰수물의 경우 '검찰압수물사무규칙'에 따라 공매를 통해 국고납입 처분된다.
압수 차량들의 경우 시장에서 '잘나갈' 운명이었던 물건이다. 검찰은 아우디폭스바겐이 제대로 인증을 거치지 않거나 결함을 지닌 차량을 국내로 들여온 이유 가운데 시장 수요에 맞춰 공급하려는 것이 주된 목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들 차량의 경우 법적으로는 경제적 가치가 없을 가능성이 크다. 대기환경보전법 위반이 인정될 경우 대상 차량들은 시장 처분·반출이 불가능하다. 검찰 관계자는 "사후적으로 결함을 보완해 인증을 받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한국 시장에 팔면 안 되는 차량임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경제적 가치가 없는 몰수물은 폐기처분 대상이다. 일례로 최근 압수된 40억원어치 불법 포획 밍크고래 고기의 경우 이를 다시 시중에 유통시키는 것이 부적절하므로 전량 폐기할 방침이다. 다만 시가 300억원대를 넘어서는 차량들을 고철로 만드는 것은 검찰로서도 난감한 선택지다.
이에 압수 차량들이 특별처분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문화재나 마약, 총포류 등을 제외한 몰수물은 필요성이 인정될 경우 통상과 달리 처분할 수 있다. 검찰 관계자는 "국외반출 조건으로 반환해주는 방법 등이 검토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지난 3월 평택센터에서 압수한 유로6 적용 모델 10여대를 대상으로 환경부 산하 교통환경연구소에서 배기가스 조작 여부를 확인하던 중 압수 대상 차종들이 공통적으로 배기관 결함을 지닌 사실도 확인했다.
검찰은 제조공정상의 결함부터 인위적으로 배기가스 측정이 어렵도록 하자를 뒀을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배출가스 실험 결과를 왜곡하는 중대한 결함 내지는 제작불량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독일에서 생산된 이들 차량은 작년 7월부터 올해 1월 사이 수입 통관을 거쳐 출고됐다. 이날 압수 차종과 동종의 차량이 아직 국내 시장에서 판매된 적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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