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 첫 공개행보에서 따뜻한 보수 강조
경제민주화 퇴조에 숨죽인 당내 인사 자극제될 수도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새누리당을 탈당한 유승민 의원(무소속)이 20대 국회 첫 공개 행보에서 '시장경제 개혁'을 주장하면서 여권에 또다시 경제민주화 바람을 일으킬지 주목된다. 경제민주화는 19대 국회 초반, 박근혜 정부 출범과 맞물리면서 관심을 받았지만 이후 정부 기조가 경제활성화로 전환되고 앞장 섰던 의원들이 20대 총선에서 낙선하면서 수면 아래로 완전히 가라앉은 상태다.
유 의원은 지난달 31일 성균관대 특강에서 "지금 우리나라 시장경제는 진정한 의미의 시장경제가 아니다"면서 "시장경제 자체를 완전히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법 제도를 반(反)경쟁적, 반시장적으로 만드는 재벌·대기업으로부터 자유롭게 해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가 주장해온 '따뜻한 보수'의 실천과제인 셈이다.
그의 강연 내용에 관심이 모아지는 것은 친정인 새누리당에 경제민주화 자극제가 될 지 여부 때문이다.
19대 국회 초반만 하더라도 새누리당내 경제민주화 열풍은 대단했다. 당시 여당의 1호 법안이 비정규직 차별을 개선하는 내용의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법 개정안'이었고,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 한도를 9%에서 4%로 강화하는 내용의 금융지주회사법이 통과된 것도 이 같은 분위기가 반영된 결과다.
하지만 노동개혁, 서비스산업발전법 같은 경제활성화법안이 19대 국회 후반 주목을 받으면서 경제민주화는 서서히 관심에서 멀어졌다.
경제민주화를 주도했던 당내 인사가 사라진 점도 퇴조를 가속화시켰다. 19대 국회 당시 경제민주화실천모임(경실모)을 주도한 남경필 전 의원은 경기도지사로 자리를 옮겼고 박민식, 이이재, 이상일, 김상민, 이종훈 전 의원은 20대 총선에서 낙선하거나 공천탈락했다. 경실모 중에는 김세연, 김성태, 이혜훈 의원 정도만 여당 내 남아 있다. 그야말로 명맥만 유지하는 수준이다.
김세연 의원은 최근 기자와의 통화에서 "현재 여권 분위기상 경실모가 다시 가동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개혁보수'를 대표하는 유 의원이 첫 공개행보에서 '따뜻한 보수'를 언급한 만큼 어떤 식으로든 목소리를 내기 위한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유 의원과 이혜훈 의원은 20대 국회 임기가 시작되기 전부터 현안에 대해 교감을 나눠온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해운과 조선 구조조정 방식 가운데 한국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하자는 주장이 정부여당을 중심으로 나오자 두 사람은 부정적인 견해에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는 유 의원이 이 의원에게 연락해 견해를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오는 10월 정치결사체를 추진하고 있는 정의화 전 국회의장도 '경제민주화'를 원외에서 지지할 가능성도 있다.
유 의원이 당외에 있는 만큼, 경제민주화 모임이 여야를 아우르는 형태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새누리당 의원은 "유 의원이 무소속인만큼 당내에서 구심점을 찾기가 어렵지만 경우에 따라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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