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법원이 한센인(나병환자)들의 법정 소송과 관련해 소록도를 찾는다. 한센인들의 단종ㆍ낙태 피해의 실상을 파악하려는 취지다.
서울고법 민사30부(강영수 부장판사)는 한센인 139명이 국가를 상대로 강제 단종ㆍ낙태 행위 등에 따른 피해를 배상하라며 제기한 소송의 5차 변론기일을 다음 달 20일 오전 10시 전남 고흥군 국립소록도병원에서 열기로 했다고 29일 밝혔다.
재판부는 이 날 한센인 피해자인 원고 2명과 소록도에 거주 중인 한센인 등으로부터 피해사실과 관련한 진술을 들을 예정이다.
재판부는 아울러 한센인들이 수술을 받았던 수술대, 인체해부대, 감금실, 사망한 한센인들을 불태운 화장터 등 관련 시설을 현장검증한다.
재판부는 40여년 동안 소록도에서 봉사하다가 2005년 고국인 오스트리아로 돌아간 리안느 스퇴거 수녀(82)를 증인으로 부르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번 사건의 원고인 엄모씨 등은 지난해 7월 1심에서 "정부가 단종 피해자들에게 1인당 3000만원을, 낙태 피해자들에게 1인당 40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소송에 나선 피해자는 전국에 걸쳐 500여 명이다. 현재 대법원(1건)과 서울고법(4건)에서 모두 5건의 소송이 진행 중이다.
한센인들에 대한 강제 단종ㆍ낙태 조치가 취해진 건 일제 강점기였던 1930년대 부터다. 한센병이 유전된다는 잘못된 믿음 때문이었다.
강제 단종ㆍ낙태 행위는 광복 이후 잠시 중단됐으나 194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우리 정부에 의해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국무총리실 산하 '한센인 피해사건 진상규명위원회'는 2007년 조사를 진행해 한센인들의 피해 사실을 인정했다.
재판부가 방문하는 소록도병원은 올해로 개원 100주년을 맞았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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