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발생한 9ㆍ15 정전사태의 공포가 아직 국민들의 뇌리에서 채 가시지 않았던 2013년 8월 12일. 유난히 더웠던 이날 오후 포털 실시간검색어 1위는'전력예비율'이었다. 에어컨 사용을 자제해야 할 정도의 심한 전력부족을 겪은 탓이었다.
우리나라가 끔찍한 정전경험과 전력부족을 겪은 지 겨우 3∼5년밖에 지나지 않은 지금, 신규발전소 건설이 지역사회의 주요 현안으로 논의되고 있다. 일부 시민단체들이 "대표적인 전력 다소비업종인 철강, 조선업을 중심으로 구조조정까지 논의되고 있고 이미 우리나라의 전력수요의 가파른 증가세가 현저히 둔화되고 있다"며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 반대 주장을 한다.
그러나 이해부족에서 잘못 형성된 여론은 안정적인 전력공급 차질이라는 심각한 상황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이 되면 에너지안보는 크게 흔들려 국가적 위기를 겪게 된다. 특히, 원전은 건설기간만 하더라도 10년이라는 오랜 기간이 필요하기에 이미 정책적으로 결정된 사안을 거꾸로 되돌리려는 주장은 맞지 않다.
장기간의 미래예측을 요하는 전력수급계획에 있어 최우선 순위는 5년 전 이미 경험한 순환단전과 같은 정전상황을 반복하지 않기 위한 안정적인 전력설비의 확보라고 할 수 있다. 2011년의 전력수급위기는 여러 원인이 있지만 2004년과 2006년에 수립되었던 전력수급계획에서 전력수요 과소예측으로 원전을 포함한 발전소 건설 일정을 연기시킨 것이 상당부분 기여한 측면이 있었다.
최근 경기침체로 전력수요증가율이 이전에 비해 둔화된 것은 사실이다. 최근 3년간 증가율을 살펴보면, 2013년 1.8%, 2014년 0.6%, 2015년 1.3%로 나타나 지난 10년 동안의 증가율 3.8%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낮아졌다. 하지만, 지난 2009년 2.4%에 불과하던 증가율이 2010년 10%로 껑충 뛰었고 2011년에도 4.8%로 크게 증가하였다. 더욱이 앞으로는 새로운 전력소비증가 요인들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국가적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는 전기자동차 같은 것들이다. 인기 전기차인 테슬라도 곧 우리나라 도로 위에서 보게 될 것이다. 이런 점들을 고려해 볼 때, 전력수요란 것이 단순하게 변화를 예측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원전이 계획대로 건설되어야 하는 더 큰 이유가 있다.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의 40%에 달하는 발전부문의 온실가스 감축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발전원별 온실가스 배출계수(kg-CO2/kWh)를 보면, 석탄이 0.8, 유류가 0.7, LNG가 0.35, 원자력과 신재생이 '0'이다. 늘어나는 전력수요로 인해 발전부문 온실가스 배출은 계속 증가해오고 있으며 특히 2011년 정전사태 이후에는 석탄 및 LNG 화력을 중심으로 발전설비가 많이 확충된 탓에 2030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을 이행해야 하는 신기후체제에 우리나라는 대응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전세계는 대표적인 온실가스 배출 주범인 석탄발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나가고 있다. 영국은 2025년을 목표로 석탄발전의 단계적인 폐지를 추진하고 있으며 미국은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 제한을 추진하고 있다. 대기오염으로 몸살을 않고 있는 중국도 석탄 사용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경험한 일본 또한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위해 비화석연료발전인 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려 하고 있다. 또한 최근 언론에서 보도되었듯이 석탄발전은 미세먼지를 유발하고 있어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따라서, 온실가스 배출이 거의 없는 신규원전 건설이야 말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원전은 안정적이고 경제적인 전력 공급과 온실가스 관리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해 왔으며 향후에도 그 역할은 유효하다. 아무쪼록, 국가의 미래 발전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위해 신고리 5,6호기 등 신규 원전의 건설이 차질 없이 추진됨으로써 다시는 인터넷 포털 실시간검색 1위 자리에 '전력예비율'이 오르는 불안상황이 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래야만 국제적 환경규제로 우리에게 다가올 신기후체제에도 충실히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이근대 에너지경제硏 원자력정책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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