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증 없어도 신고돼 소명도 운전사들 몫…정신·경제적 고통 극심
-콜센터로 신고 들어와 확인해보니 그 車 휴무…결국 30만원 손해배상
[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서울에서 개인택시를 운영하고 있는 김국식(59)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영업을 하지 않고 쉬는 날 '승차거부'를 했다는 이유로 강남구청으로부터 경고를 받았던 것이다. 김씨의 승차거부 신고는 '서울시 120 다산콜센터'로 접수됐다. 다산콜센터는 택시 관련 불편사항을 신고 접수하고 있다.
억울했던 김씨는 소명 자료를 만들어 강남구청에 제출하기 위해 차고지인 경기도 광주시에서 서울로 나와 동분서주했다. 김씨는 강동구에 있는 미터기 제작회사를 방문해 운행기록지를 발급받고 이를 강남구청에 제출하고 나서야 무혐의 처분을 다시 받았다.
자신이 잘못하지도 않았는데 허위 신고로 고생한 것을 생각하니 화가 났던 김씨는 신고자에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로 결심했다. 다산콜센터에선 신고자의 신상을 공개할 수 없다고 하자 법원에 신상공개 요청을 청구했고 소송을 진행할 수 있었다. 신고자는 다산콜센터에 자신의 주소지를 허위로 신고해 놓은 것으로 드러났지만 휴대전화번호로 신상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다. 허위 신고자였던 박모(46)씨는 김씨에게 3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게 됐다. 김씨는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사실이었지만 허위 신고자였던 박모씨가 10년 동안 다산콜센터에 허위 신고를 해왔는데 이렇게 붙잡히게 될 줄은 몰랐다고 고백했다"며 "택시 운전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리저리 쫓아다니느라 영업을 정상적으로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산콜센터로 접수되는 택시 관련 허위 신고로 택시 운전자들이 정신적·경제적 고통을 겪고 있다. 영수증이 없어도 택시 차량번호와 승하차 장소, 날짜와 오전·오후 시간 등만 알면 누구든 콜센터로 신고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택시 운전자들은 일부 허위 신고자들이 이 같은 점을 악용한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콜센터로 접수된 신고와 관련해 입증 자료를 모두 택시 운전자가 제출해야 한다는 점도 불만으로 제기된다. 이 과정에서 신고자는 빠지고 피신고자인 택시 운전자들만 힘이 든다는 것이다. 때문에 택시 운전자들은 소명은커녕 울며 겨자먹기로 행정 처분을 받고 넘어 간다. 천영호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강남지부회장은 "억울한 사람이 대부분이지만 소송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라 참고 넘어 간다"며 "다산콜센터 신고 때문에 우울증을 토로하는 운전자들도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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