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북한 수도 평양에도 초호화 생활을 누리는 1%의 부유층이 존재한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는 평양과 맨해튼을 합친 조어, '평해튼(Pyonghattan)'으로 이들 상위 1%를 지칭하며 이들의 생활상을 소개했다.
이들 상위 1%들은 자라와 H&M 같은 패스트 패션을 좋아하고 카푸치노를 마시며 일하는 만큼 운동도 열심히 한다고 WP는 전했다. 또 많은 여성들은 서양인들처럼 보이려고 쌍꺼풀 수술도 한다고 전했다.
18개월 전까지만 해도 평양에서 호화로운 생활을 했던 탈북자 이서현(24·여)씨는 WP와 인터뷰에서 북한 여성들이 레깅스와 몸에 꼭 맞는 상의를 입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여성들은 보수적으로 옷을 입어야 한다"며 "그래서 여성들은 몸매를 드러낼 수 있는 헬스클럽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엘르가 상위 1% 북한 여성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브랜드이며 남성들은 아디다스와 나이키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평양 시내의 대형 몰에서는 디즈니 영화를 보면서 런닝머신을 달리는 이들과 요가를 하는 부유층도 볼 수 있다. 이 곳에는 시간당 500달러의 결혼식장으로도 이용되는 호화 레스토랑과 아이스모카를 9달러에 파는 커피숍도 있다.
애완견을 데리고 다니는 평양 시민들은 몇 년 전만 해도 볼 수 없었던 장면인데 이는 더 많은 가처분소득을 갖게 된 평양 시민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WP는 설명했다. 여성들의 옷차림은 김정은의 부인 리설주의 영향을 받아 점점 밝아지고 유행에 민감한 형태로 변하고 있다. 또 북한 주민 중 약 300만명이 아리랑을 비롯한 스마트폰을 갖고 있어 스마트폰을 통해 아이들 사진을 보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WP는 전체적으로 북한 경제는 매우 후진적이라고 지적했다. 대부분 산업은 붕괴된 것이나 다름없고 평양에서 조차 공식적인 월급 수준은 10달러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최근 평양에서 상인들이 새로운 부유층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돈주(돈의 주인)'로 불리는 이들은 시장 경제로 가는 잠정적 조치들과 함께 15년 전에 출현했으나 지난 2011년 김정은 체제가 출범한 후 시장친화적 정책이 추진되면서 계기를 잡았다. 돈주는 보통 정부 부처나 군부에서 공식 직함을 갖고 해외에서 국유기업을 운영하거나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는 한편 평면 TV와 아파트같이 자신들이 거래할 수 있는 것은 모두 거래한다.
평양에서 공부한 적이 있는 안드레이 란코프 교수(국민대)는 "김정은은 매우 시장 친화적이다. 그의 정책은 본질적으로 (시장에) 선의적 방관"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일본 마이니치(每日)신문은 15일 평양 시내의 고급 아파트 가격이 올해 들어 절반 이하로 폭락했는데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정책에 따라 그간 평양 시내에 아파트 공급이 급증한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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