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부터 제품명, 마케팅까지 진두지휘
윤영달 회장의 사위에서 '스타 CEO'로 발돋움
[아시아경제 이주현 기자]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궜던 '달콤한 감자' 열풍, 없어서 못 팔았던 귀하디 귀한 몸. 감자칩 시장 만년 꼴찌였던 해태제과를 단숨에 선두 반열에 올려놓은 허니버터칩은 출시 1년 만에 6000만 봉지가 판매된 그야말로 ‘초대박’ 상품이었다. 그 대박을 이끈 주인공은 바로 신정훈 해태제과 대표.
그는 허니버터칩 탄생의 산파이자 일등공신이다. 달콤한 감자칩이라는 아이디어부터 허니버터칩이라는 이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마케팅까지 어느 하나 그의 손을 거치지 않은 단계가 없다고 알려져 있다.
평소 전 세계 과자들을 쌓아놓고 먹을 정도로 과자 마니아이던 그는 유독 짠맛뿐인 감자칩에 주목, '감자칩은 짜다'는 편견에서 벗어나 짠맛은 확 줄이고 달달한 맛과 고소한 맛을 강조한 허니버터칩을 세상에 내놓았다. 2014년 8월, 달콤한 감자칩 역사가 그를 통해 시작된 셈이다.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출시 3개월 만인 11월 매출 50억원을 돌파하더니 SNS등 입소문을 타고 출시 100일도 안 돼 매출 100억원을 찍었다. 전국 마트, 편의점마다 물량이 없어 ‘허니버터칩 품귀현상’으로 이어졌고 오죽하면 ‘공장에 불이났다’, ‘감자가 없어서 생산이 어렵다’라는 루머까지 나돌았다. 1500원짜리 과자 한 봉지가 한 중고사이트에선 10배인 1만5000원에 팔리기도 했다.
지난해엔 그의 성공스토리를 담은 책 '허니버터칩의 비밀'을 발간하면서 다시 한 번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언론 인터뷰도 고사하던 그간의 침묵을 깨고 책을 통해 허니버터칩의 개발부터 성공까지 노하우를 공유하겠다는 의도다. 제과업계를 대표하는 간접광고(PPL) 경영자로서 존재감을 드러낸 행보다.
사실 그는 허니버터칩으로 이름을 알리기 전까지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 회장의 사위로 더 널리 알려진 인물이었다. 서울대 경영학과와 미국 미시간대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한 그는 삼일회계법인과 외국계 경영컨설팅사 베인앤컴퍼니에서 근무, 제과업과 무관한 경력 때문에 회사 대표에 오를 당시 ‘낙하산 최고경영자(CEO)’라는 평을 듣기도 했다.
하지만 허니버터칩의 성공은 그를 단숨에 '스타 CEO' 반열에 올려놨다. 그를 등에 업고 해태제과는 11일 증시에 상장됐다. 2001년 11월 옛 해태제과가 유동성 위기로 상장 폐지된 지 15년 만에 증시에 복귀한 셈이다.
증시 복귀에 앞서 10일에는 강원도 원주시 문막읍에 허니버터칩 제2공장을 준공하기도 했다.
제2공장이 본격 가동되면 허니버터칩 공급량은 일1만5000박스에서 3만박스로 늘어난다. 월 생산량도 75억원에서 150억원으로 2배 증가한다. 허니버터칩이 연매출 2000억원대로 성장할 수 있는 ‘초대형 브랜드’의 발판이 마련된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 모든 게 윤 회장의 귀한 백년손님, 신 대표의 손을 거친 결과라는 평가다.
신 대표는 “향후 허니버터칩을 중심으로 꾸준히 시장 점유율을 높여 나갈 계획”이라며 “단순 하나의 히트제품을 만드는데서 끝나는 것이 아닌 중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포부를 드러냈다.
이주현 기자 jhjh1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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