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일주일에 한 번 점심데이트. 사랑하는 연인들끼리도 힘들다는 일주일에 1회 이상 만남.
지난 2014년 1월 취임 이후 2년 넘게 꾸준히 이어지는 황창규 KT 회장의 '런치경영'이 화제다. 황 회장은 역대 KT의 어떤 최고경영자(CEO)보다도 직원들과 만남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지금까지 만난 횟수로만 240번, 총 2500여명의 KT그룹사 직원들과 식사를 같이 했다. 직원과의 점심데이트는 주로 KT 광화문빌딩 이스트(East) 24층 라운지에서 1인당 1만원 미만의 한식메뉴로 조촐하게 이뤄진다. 커피나 녹차를 마시면서 가볍게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대화는 주로 최근 통신 이슈나 직원들의 고충 토로가 주를 이룬다.
황 회장은 최근 이슈에 대한 직원들의 의견을 궁금해 하고, 직원들은 주로 그에게 고충을 털어놓기 바쁘다. 황 회장은 직원들 반찬그릇이 비면 자기 것을 밀어주기도 하고, 임직원들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아재 유머'를 구사하기도 한다.
황 회장의 장점이 바로 이런 현장 직원들과의 직접 소통이다. KT 콜센터에 방문해 직원들의 애환을 하나 하나 귀담아 듣고, 자유로운 대화 분위기 속에서 '전공이 뭐냐' 물어보기도 하고 전례 없이 친구같고 인간적인 회장이라는 후문이다.
특히 해외 전시행사가 있을 경우에는 하루종일 부스에서 고생하는 전시요원들과 행사가 끝난 뒤 꼭 함께 식사자리를 가진다. 오랜 시간 서서 고객들을 대면하면서 자사의 제품을 소개하는 직원들의 노고를 위로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회로도 삼는다.
지난 수능기간에는 약 2300여명 임직원들의 자녀들에게 직접 합격 기원 선물을 보내 아빠, 엄마의 기(氣)를 살려주고, 인생에서 가장 힘든 관문 중에 하나인 입시관문 앞에 선 직원 자녀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KT 관계자는 "황 회장은 CEO로서 큰 역할 중 하나가 직원들이 힘든 기업 환경 속에서도 기죽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직원들에게 자신감, 자긍심을 불어넣는데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고 말했다.
일례로 지난해 KT 위즈 야구단이 연패행진으로 풀이 죽어 있던 시기에도 황 회장의 응원은 빛을 발했다. 황창규 회장은 지난해 1군 무대에 데뷔한 KT위즈 야구단에도 남달리 신경을 쓰고 있다. 지난해 4월 홈개막전에서 벌어졌던 단체응원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이후, 연패로 팀 분위기가 가라앉자 5월에 다시 한 번 선수들을 찾아가 격려했다. 그 이후 신입사원이 던진 시구를 받는 '시포자'로 깜짝 등장하기도 했다. 보호 마스크를 벗고 야구선수가 아닌 회장의 얼굴이 나타나자 일부 직원들은 반가움에 탄성을 질렀다. 통신 130년을 기념해 KT그룹 구성원 8500여명이 참여했던 9월 24일 경기에서다. 지난 3월 수원 홈개막전에도 방문해 경기를 응원하기도 했다.
황창규 회장은 임직원과의 '이메일 소통'으로도 유명하다. 지난해에는 4차례 이메일을 보냈다. 'CEO 생각나누기'라는 제목으로 임직원들에게 메일을 통해 보내 회사 경영 전반의 미래 청사진을 그려주고 자신의 생각을 편안하게 털어놓는 형식이다.
올들어서는 지난 4월 'CEO 생각나누기' 메일을 통해 "GiGA LTE, GiGA Wire 등 KT가 개발한 세계 최초 기술이 터키, 스페인 수출에 성공했다"면서 다소 흥분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굵직한 성과와 긍정적으로 변화된 KT의 모습을 강조하면서 "모두 같은 꿈을 꾸면 그 꿈은 현실이 된다. 글로벌 넘버원 KT는 멀기만 한 미래는 아니다"라며 직원들을 격려했다.
이렇게 임직원들과 소통에 집중하고 사기를 끌어올린 결과 KT는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1조3000억을 기록하며 3년만에 1조 클럽에 복귀했다. 올 들어서도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나란히 성장했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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