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자목록 작성시 채권자 스스로 확인해야…"채권자가 파산선고 알았다면 채무면책"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채무자가 빚을 갚지 않은 채 파산 절차를 밟더라도 채권자 확인 과정이 소홀했다면 채무가 면책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채무자가 채권자목록을 작성할 때 채권자 스스로 빠진 게 없는 지 꼼꼼히 확인해 본인의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 3부(주심 대법관 박병대)는 서모씨가 김모씨를 상대로 낸 '청구이익' 소송에서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1일 밝혔다.
김씨는 2006년 7월 서씨에게 600만원을 이율 연 24%로 빌려주면서 담보명목으로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을 양도받았다. 변제기가 도래했지만, 김씨는 빌려준 돈을 갚지 않았다. 임대차기간도 만료됐다. 김씨는 대한주택공사를 대위해 원고를 상대로 임대차계약을 해지하고 부동산을 대한주택공사에 인도하라는 내용의 건물 명도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2009년 10월 '화해권고결정'을 했고, 서씨와 김씨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확정됐다. 서씨가 김씨에게 지급해야 할 차용금 채무 600만원이 있다는 점과 240만원의 연체 이자를 부담해야 한다는 점, 2009년 11월 이후 매달 10만원의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는 점이 담겨 있었다.
서씨는 빌린 돈과 이자를 갚지 않았고, 2013년 법원에서 파산 선고를 받았다. 김씨는 서씨가 파산 신청 당시 채권자목록에 원금 채무 600만원만 적었다면서 다른 채무와 화해권고 결정 당시 조건은 유효하다고 주장했다.
서씨 측은 "이자채무는 원금채무에 부수적인 것이어서 원고가 악의로 채권자목록에 기재하지 아니한 것으로 볼 수 없으며, 나아가 부동산인도의무는 대여원리금채권을 회수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해 대여원리금채무가 면책결정으로 소멸된 이상 이 사건 부동산의 인도의무도 소멸하였으므로 화해권고결정에 따른 강제집행이 불허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1심과 2심 법원은 김씨 측 손을 들어줬다. 1심은 "화해권고결정에 따른 피고에 대한 연체이자 260만 원과 월 10만 원의 비율에 의한 이자지급채무 및 그 연체이자와 이자의 미지급으로 인한 이 사건 부동산의 인도의무가 모두 면책되었음을 전제로 한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시했다.
2심도 "채무자가 채무의 존재를 알고 있었으나, 과실로 채권자 목록에 이를 기재하지 않은 것"이라면서 서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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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판단이 달랐다. 대법원은 "채무자가 면책결정 이전에 채권의 존재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채권자목록에 기재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 파산채권에 대한 책임은 면제되지 아니하나, 그 경우에도 채권자가 파산선고가 있음을 알았다면 면책이 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원고가 파산 및 면책신청 당시 제출한 채권자목록에 파산채권자로 피고를 기재하고 피고의 원고에 대한 파산채권인 600만원의 대여금채권의 원본을 기재한 이상 피고는 파산채권자로서 원고의 면책절차에 참여할 수 있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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