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노미란 기자] 9일 치러지는 필리핀 대통령 선거를 두고 '필리핀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탄생될 지 여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필리핀 유권자 5436만명은 9일 대통령을 포함한 총 1만8000여명의 공직자와 의원을 선출하기 위한 한 표를 행사한다.
16대 필리핀 대선의 관전 포인트는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야당 필리핀민주당(PDP)의 후보 로드리고 두테르테 다바오시 시장이다. 그는 잇단 막말과 여성 비하 발언 등으로 '필리핀의 트럼프'로 비유되고 있는데, 여론조사에서도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 1∼3일 여론조사업체 SWS가 유권자 4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두테르테 시장 지지율은 33%로 무소속의 그레이스 포 여성 상원의원(22%) 집권 자유당(LP)의 마누엘 로하스 전 내무장관(20%)을 큰 격차로 따돌렸다.
WSJ는 그의 직설적인 화법이 필리핀 국민들에게 다른 후보들의 온화한 화법보다 더 호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해석했다.
두테르테 시장의 막말은 치안 불안과 부패한 기성 정치에 지친 필리핀 국민들을 호응을 얻고 있다. 그는 "모든 범죄자를 처형하겠다"며 대통령 취임 6개월 내 범죄 근절을 약속했다. 다바오시 시장 재임 시 강력범을 즉결 처벌하는 등 강력한 정책을 시행해 치안 개선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디바오시는 전 세계 안전한 도시 4위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인권 무시와 욕설, 여성 비하 발언은 두테르테 시장의 대통령 자격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는 지난해 필리핀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교통 체증을 일으켰다며 욕설을 퍼부었다가 사과한 바 있다. 지난달에는 집단 성폭행을 당하고 살해된 호주 여성 선교사에 대해 "시장인 내가 먼저 했어야 했는데"라고 말해 여성단체와 경쟁 후보들의 비난을 사기도 했다.
또 인권단체들은 그가 다바오시 시장 재임 시절 자경단이 살해한 범죄자 1700여명 중 1000명 이상은 혐의가 정확하게 입증되지 않은 용의자에 불과했다고 비난하고 있다.
이 때문에 두테르테 시장의 대통령 당선은 '독재의 부활'과 다름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베니그노 아키노 필리핀 현직 대통령은 "히틀러 독재 시대가 어떻게 도래했는지 기억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한편 부통령 선거에서는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아들인 마르코스 주니어 상원의원과 레니 로브레도(52) 여성 하원의원이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노미란 기자 asiar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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