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선박 공급량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세계 컨테이너 화물 수요는 부진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세계 금융위기 이후 계속되고 있는 미국 리쇼어링(저렴한 인건비를 찾아 해외로 진출한 기업이 다시 본국으로 돌아오는 U턴) 흐름과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 등에 따른 그림자다.
9일 글로벌 해운조사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2009년 금융위기 이후 평균 6%대를 기록하던 세계 컨테이너 물동량 증가율이 지난해 2.4%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같은 수요 둔화 속 선박 공급이 크게 늘면서 선사 간 운임 경쟁은 더욱 심화됐다. 운임 경쟁은 단가 하락으로 이어지며 수급이 더욱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는 선박 공급 증가와 수요 둔화로 인한 수급 불균형이 최악을 기록한 한 해였다. 미국 등 선진국의 경기 침체 지속과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 등으로 인한 물동량 저조와 2010년 이래 최대치 수준의 선대 증가율이 맞물린 탓이다.
이로 인해 뚜렷한 성수기 없이 운임 하락세가 지속되며 역대 최저 운임을 기록했고, 선사들은 자발적인 선복 감축에 나섰으나 운임 회복은 역부족이었다.
현대상선 구주항로의 경우 1만3000TEU 이상 신조 대형선의 집중 투입에 따른 선복량 과잉과 유로화 약세로 인한 수요 감소로 지난해 물동량이 전년대비 감소했다. 물동량이 줄자 화물 확보를 위한 선사 간 운임 경쟁이 극에 달했고, 운임도 역대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한진해운은 지난해 유가하락으로 유류비가 전년대비 4000억원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129억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수송량은 지난해 1%대 늘어나는데 그쳤지만 운임은 16% 가까이 하락한 탓이다.
올해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유류비 부담은 줄 것으로 예상되지만 세계 컨테이너 수요 둔화가 여전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한진해운의 컨테이너 수요는 전년대비 1.4% 늘어나고, 연평균 운임은 12% 하락할 것으로 추정됐다. 연간 유류비는 3104억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진해운은 올해 영업이익이 마이너스 610억원을 기록, 전년(369억원) 대비 적자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해운선사들은 채산성 위주의 화주 구성과 단위 수익성 기준 선복 운용, 고수익 품목의 영업확대 등을 통해 손익 개선에 주력한다는 복안이다.
한진해운 측은 "올해 태평양 항로 물동량은 전년대비 5% 이상 증가가 예상되나, 공급이 이를 상회해 증가하며 수급불균형이 지속될 것"이라면서 "임시 결항을 통한 공급 조절과 노선 기항지 조정, 차별화된 신규 서비스 개시 등으로 수급을 개선하고 영업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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