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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보증금 투자풀 다음달 발표…여전히 '깜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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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금융당국이 추진하는 전세보증금 투자풀 세부 방안이 다음달 나온다. 하지만 제대로 된 수요 파악을 하지 못한 채 '개문발차'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다른 정부 부처에서도 수요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와 실효성 없는 정책이 될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4일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주택산업연구원을 통해 임대인과 임차인 관련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다음달 초쯤 결과가 나오면 이를 토대로 다음달 말에 세부 방안을 확정해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가 지난 1월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내놓은 전세보증금 투자풀은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될 때 임차인이 반환받는 전세보증금을 위탁받아 투자하는 것이다. 금융위는 당초 지난 3월까지 세부안을 정하려 했으나 3개월가량 지연되는 셈이다.


투자풀이 활성화되려면 수요가 전제돼야 한다. 예를 들어 전세보증금 3억원에 살고 있던 임차인이 월세 지급 조건으로 1억원을 돌려받는 식의 사례가 많아야 한다.

하지만 이는 주택산업연구원의 조사로도 파악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연구원 관계자는 “일반적인 임대차 시장의 특성을 알아보는 것이며 전세보증금 투자풀 수요를 파악하기 위한 게 초점은 아니다”면서 “전세에서 순수월세로 전환되는지, 아니면 보증부월세로 가는지 등에 대한 세밀한 통계는 없다. 그런 통계를 내려면 정부 차원에서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국토교통부가 하는 주거실태조사 결과, 전체 임차가구 중 월세 비중이 2008년 45%에서 2014년 55%로 증가했다는 점을 들어 수요가 “어느 정도는”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는 월세의 세부적인 유형들을 간과한 것이다. 국토부는 지난해 8월 통계상 월세 개념을 ‘월세’(보증금이 1년치(12배) 월세 이하), ‘준전세’(보증금이 월세의 240배 초과), ‘준월세’(월세와 준전세 중간 영역) 등 3가지 유형으로 나눴다.


최근 월세 전환 추세는 이 중 준전세가 대부분이라는게 일반적 관측이다. 예를 들어 집주인이 3억원인 전세보증금을 3억5000만원으로 올리려 할 때 목돈 마련이 어려운 임차인이 5000만원의 보증금을 얹어주는 대신 월세를 택하는 방식이다. 이런 경우는 반환되는 보증금이 없으므로 당연히 투자풀과는 무관하다.


국토부 관계자는 “전세에서 월세로 넘어갈 때는 확정일자를 받는 등 절차가 없어서 추적하기는 쉽지 않지만 대부분 전세가격 상승분만큼 월세로 받는 준전세로 전환된다고 보는게 상식적”이라며 “집주인이 목돈을 돌려주며 월세나 준월세로 가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증금 투자풀은 원금 손실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연간 3.5%가량의 수익률을 낸다는 게 기본 틀이어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많았다. 세제 혜택을 줄 지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금융위 관계자는 “다음달 발표하는 세부방안이 어떻게 정해지느냐에 따라서 투자풀 출범 시기는 달라질 것”이라며 “세제 혜택을 부여한다면 관련 규정을 정비하는데 비교적 오랜 시간이 걸릴텐데 세제 혜택을 줄 지 여부는 미정”이라고 말했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시중 수익률보다 높은 이익을 내려면 고위험 투자를 하겠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는데 손실 위험을 최소화한다고 하니 앞뒤가 안 맞는다”며 “수요를 기대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보증금을 돌려받는다고 해도 불확실한 수익률을 기대하기보다는 대출 이자를 갚는게 합리적 선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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