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오는 27일~28일 열리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일본은행(BOJ)이 추가완화를 단행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경기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구마모토(熊本) 지진까지 덮쳤기 때문이다.
지난 20일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BOJ 총재는 "내년 상반기 일본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물가안정 목표치인 2%를 넘어설 것"이라며 "필요시 추가 완화를 주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언제든 추가완화를 할 수 있다는 절박함을 내비친 것이다.
구로다 총재가 이같이 말한 배경에는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일본 경제의 현상황이 숨어 있다. 올들어 일제히 꺾이기 시작한 경제 지표가 이를 방증한다. 특히 물가지표는 절망적인 수준이다. 최근 발표된 2월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0%로, 전월에 이어 2개월 연속 제자리걸음했다. 물가수준이 BOJ의 목표인 2%에 근접하기는커녕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해야 할 정도다.
성장성에 대한 의문도 제시된다. 일본 민간연구소인 일본경제연구센터(JCER)는 1분기 일본의 GDP 성장률이 0.25%에 그칠 것이라며 기존 전망치(0.81%) 대비 크게 하향 조정했다. 제조업 경기도 3년만의 최악을 기록했다. 4월 닛케이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8.0을 기록, 2013년 1월 이후 3년 3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 14일 발발한 구마모토 지진은 이런 경제상황에 한층 더 찬물을 끼얹었다. 지역 내 공장들이 가동을 멈추면서 도요타, 소니 등 대표 수출기업들의 공급망에도 차질이 생겼다. 도요타는 25일부터 일부 공장을 재가동했지만, 이번 지진으로 8만대를 감산해야 할 전망이다.
엔화가치가 하락세로 돌아선 것은 그나마 청신호다. 일본은행이 지난 22일 마이너스 금리 대출 도입을 검토중이라는 소식이 들려오면서, 외환시장에서 엔화가치는 장중 달러당 110엔을 돌파했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엔화는 달러당 107엔대에 거래되며 18개월만의 최고값을 기록했다.
이같은 엔저 추세를 지속하기 위해서라도 추가완화는 필수적이다. 상장지수펀드(ETF) 매입 확대가 가장 유력한 방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지난 22일 뉴욕 외환시장에서는 이같은 기대에 힘입어 엔화가치가 달러당 111엔대 후반까지 급락하기도 했다.
한편 일본 정부와 여당 내에서는 내년 4월로 예정된 소비세율 인상을 연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진 피해민들의 생활여건뿐만 아니라 경제 전체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인식에서다.
오는 7월 중ㆍ참의원 동시선거도 어려워졌다. 아베 정부는 평화헌법 개헌을 위해 여당에 유리한 동시선거를 치르려 하고 있었으나, 지진으로 인해 당내 여론이 돌아선 것이다. 신문은 여당 내에서 "피해 복구에 전력해야지, 참의원 선거에 중의원 선거까지 하면 반발을 살 수 있다"고 경계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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