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우리 경제를 이끌어 온 배(조선), 철(철강), 수(해운)가 '실업대란' 위기에 섰다. 당장 협력사를 비롯한 수십만명의 생계가 위협받게 되며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이 화두로 떠올랐지만 이 또한 쉽지 않다. 일자리가 대폭 사라진 상황에서 언제까지 지원금으로 연명만 할 수 없는데다, 자발적 기업 구조조정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덫'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25일 고용노동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 3사의 직접 고용인원은 약 5만4528명으로 협력사 등을 포함할 경우 약 15만명까지 추산된다.
양대 해운사의 고용인원은 이 보다 적지만 법정관리 등이 이뤄질 경우 대규모 감원이 불가피하다. 연관 산업인 철강업계 역시 조만간 정부 주도의 공급과잉 진단과 구조조정 방안이 확정될 것으로 예상돼, 실업대란의 여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문제는 이들 산업에 대한 고용지원책이다. 조선소 하나가 문을 닫으면 그 지역 경제는 충격에 빠질 수밖에 없다. 당장 조선소가 밀집한 거제시는 고용위기지역 또는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을 요구하고 있다.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되면 최소 1년간 실업급여 수급이 종료된 자에 대해 특별연장급여를 주는 등 각종 정부 지원을 우선 받게 된다. 특별고용지원업종이 되면 해당 업종의 실업자는 고용유지지원금, 실업급여 특별연장급여 지급, 전직ㆍ재취업 등을 1년간 지원받을 수 있다.
하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묻지마 대기업 지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도 제기된다. 앞서 고용부는 고용부 장관이 주재하는 고용정책심의회에서 지정할 수 있는 특별고용지원업종이 아닌, 고용위기지역(거제시) 지정 여부에 대해 검토했한 바 있다. 그러나 비자발적 이직률 5% 이상 등 선정기준에 못 미치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특히 정부의 섣부른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이 오히려 공급과잉에 처한 업계의 자발적 구조조정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전망도 나온다.
이 때문에 조선업이 특별고용지원업종에 지정된다 해도 해당 업종의 모든 회사를 지원하는 게 아니라, 구체적 조건을 내걸고 선별할 가능성이 크다. 우선 협력사, 하청업체 근로자가 지원 1순위로 꼽힌다. 고용부 관계자는 "해당 업종 노사의 자구노력과 업황에 대한 종합적 판단을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5월 말까지 조선업에 대한 지정 여부를 확정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일자리 나누기와 대규모 공공사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특별지원업종으로 지정되더라도 고용유지지원금 확대, 실업급여 지급기간 연장 등 기존의 제도를 일부 확대하는 수준이라 충분한 지원책이 되지 못할 것이란 지적이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박사는 "근로시간 단축 등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그간 예산부족으로 하지 못했던 공공일자리 사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해 실업자를 흡수해야 한다"며 "기존 지원대책 만으로는 실업자들이 다시 일자리를 얻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대희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실업한 사람들이 생산성이 높은 신산업으로 이동해 경제 전반에 활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부실기업이 구조조정되면 단기적으로는 실업이 발생하지만 정상기업을 중심으로 노동과 자원이 투입되는 선순환 구조로 전환되면 오히려 일자리가 더 늘어난다"고 구조조정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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